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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아이컨그린 美 UC버클리 교수 "美 경제 호황 계속되는 만큼, 신흥국 시장 어려움 지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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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4 - 한경 인터뷰

국제통화·금융시스템 석학
배리 아이컨그린 美 UC버클리 교수

트럼프의 양자협상 전략
WTO·IMF 시스템 흔들어
대안으로 지역협력체 부상

美 호황에 Fed 금리 인상 지속
연내 한 번, 내년 네 번 더 올릴 듯

한국 FTA 재협상 잘했지만
트럼프 수입차 관세 강행 땐
美와 어려운 싸움 해야 할 것

고래 사이에 낀 새우 같은 한국
中경제 급속 침체 땐 가장 타격

만난 사람=김현석



[ 김현석 기자 ]
국제통화 및 금융시스템 분야 석학인 배리 아이컨그린 미 UC버클리 교수는 15일(현지시간)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달러 강세와 신흥국들의 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학계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찾은 아이컨그린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좋은 만큼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다른 선진국보다 앞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년 반 전인 지난해 4월 한국경제TV가 주최한 ‘2017 세계경제·금융컨퍼런스(GFC)’에 기조 연설자로 나서 현재의 미 금리 인상 랠리와 신흥국 위기를 정확히 예측했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유럽 등을 상대로 수입자동차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견하면서 자동차가 앞으로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싸워야 할 분야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한국을 ‘커다란 고래 사이에 끼인 새우’에 비유하면서 “어느 한 나라에 치우치지 말고 미국·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많은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정책이 이어진다면 세계 질서는 어떻게 바뀔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지 알 수 없죠. 기본적으로 그는 다자보다 양자협상에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별로 협상해 미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입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등 기존 세계 질서를 떠받치고 있는 시스템을 흔드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각국은 더 이상 미국의 협력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점점 지역별 경제를 활성화하고 내부에서 국가별 협력을 강구할 것으로 봅니다.”

▶미국의 통상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을 계기로 보호주의로 완전히 바뀌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의회가 무역 법안을 바꿀 권한이 있습니다. 통상법 301조와 같이 법조항을 정해 대통령의 무역 관련 권한의 범위를 정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걸 좌지우지하지는 못할 겁니다.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법안에 거부권(veto)을 행사해도 이를 무효화할 권한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지금의 통상정책을 계속할 겁니다. ”

▶중국과의 통상전쟁이 계속되고, 대(對)중 무역이 급격히 감소하더라도 미국 경제가 괜찮을까요.

“미국은 중국에서 상당한 중간재와 자본재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 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한국은 미·중 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전략이 필요합니까.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잘 대처했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외관상 양보를 해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양자 간 이익이란 실익을 지켰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자동차 분야에서 억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정부가 싸워야 할 분야라고 봅니다. 한국 경제는 미국과 중국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만큼 한 나라에 치우치지 말고 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마치 큰 고래 두 마리 사이를 헤엄치는 새우와 같은 형상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자동차의 관세 부과(25%)를 강행할 것으로 봅니까.

“미국 법상 국가안보를 위한 조치라는 논리를 들이댄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정책을 쓸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과거의 행적을 감안해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얼마나 많은 국가에, 어떤 강도로 관세를 부과할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초 신흥국 위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말씀대로 위기가 불거지고 있는데 이런 위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현재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강합니다. Fed는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보다 금리를 빨리 올릴 것 같습니다. 이는 달러 강세를 이끄는 힘이 될 겁니다. 그 여파로 신흥시장 상황은 더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 경제의 호황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달러 강세와 신흥국 위기가 무한정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기 확장이 9년을 넘으면서 경기 고점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견조한 상태로 침체 징후는 전혀 없습니다. 문제는 신흥국과 유럽입니다. 신흥국에서는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고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의 재정 적자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급격히 저하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것으로 보진 않지만 눈여겨봐야 합니다. 중국 경제의 급격한 쇠퇴는 주변국, 특히 한국에 커다란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Fed가 얼마나 금리를 올릴 것으로 봅니까.

“그건 미 경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지금과 같은 경기 확장이 이어진다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임금상승률 등에 근거해 0.25%포인트씩 올해 추가로 한 번, 내년 네 번 인상이 예상됩니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는 양적완화(QE)를 통해 극복됐습니다. 어떻게 평가합니까.

“QE는 긍정적이었다고 봅니다. 미국과 유럽의 디플레이션을 막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QE에도 부작용이 있죠. 신흥시장 인플레이션이나 자산고평가 같은 것들입니다. 다른 정책을 통해 그런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위험 선호 현상이 너무 강하다면 은행과 자본시장에 대한 건전성 감독 강화 등을 통해 제한할 수 있습니다. 또 인플레이션이나 자산 버블 등이 우려된다면 긴축적 재정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났습니다. 다음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봅니까.

“다음 위기가 언제 닥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위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도 위기 도래 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요. 1930년대 대공황 같은 위기는 80년 만인 2008년 재발했죠. 우리가 2008년 금융위기의 교훈을 망각하고 예전의 관행을 부활시킨다면 다음 위기는 더 빨리 올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도드-프랭크법을 완화시키고 있는데, 그것은 위기를 앞당기는 일입니다. 신흥국 자금 유출 상황도 위기 조짐으로 들 수 있고요. 세계적으로는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 이에 따른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약화가 위험요인으로 보입니다.”

▶다음 금융위기 때 다시 QE를 쓸 수 있을까요.

“문제는 지금 금리가 매우 낮은 상태라는 겁니다. 통상적인 통화정책 약효가 크지 않겠죠. 다음 위기가 오면 지난 위기 때 시행한 정책을 다시 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중앙은행을 통해 QE를, 정부를 통해 재정 부양에 나섰죠. 중앙은행들이 또 QE로 자산을 급격히 늘리게 된다면 정치적 저항이 있을 겁니다. 이미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지 않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흔드는 것 아닌가요.

“지금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를 무기로 삼는다면 그럴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란핵협정을 폐기한 뒤 달러를 앞세워 유럽 등의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죠. 이 때문에 유럽 중국 등은 달러가 아닌, 대체 통화결제시스템 구축에 나서려 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국가 간 거래에서도 유로화를 쓰도록 노력하고 있고, 중국은 페트로 위안(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 거래)을 도입했습니다. 생태계의 다양성이 자연에 이로운 것처럼 글로벌 금융 시장에 통화의 다양성은 좋다고 봅니다. 하지만 국가 간 거래에서 유로가 달러를 대체하는 건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고 봅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대공황 통찰력' 버냉키 통화정책에 큰 영향

세계적인 국제통화 및 금융시스템 전문가다. 대공황에 대한 그의 연구는 벤 버냉키 전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통화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포린폴리시(FP)가 뽑는 가장 중요한 대중 지식인 10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경제학 우수 연구 저작물을 지은 연구자에게 주는 슘페터상을 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1997~1999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자문위원이었다. 2012년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교수, 신관호 고려대 교수와 함께 《기적에서 성숙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1952년 출생
△UC샌타크루즈 졸업
△예일대 경제학 박사
△IMF 수석자문위원
△미국경제연구소(NBER) 연구위원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자문교수위원장
△한국은행 자문위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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