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간 협조로 경쟁력 높이는 일본
한국에선 '재벌 횡포' 비판 여론 일었을 것
국중호 < 日 요코하마시립대 교수·경제학 >
지난 4일 일본 도쿄에서 경제계를 들썩이게 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일본 증시 시가총액 1위인 도요타자동차와 2위인 소프트뱅크가 공동 출자해 ‘모넷(MONET) 테크놀로지’라는 이동(mobility) 서비스 제공 회사를 설립한다는 발표였다. 산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던지라 국내외의 반향은 매우 컸다.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변화, 맞춤형 서비스의 혁신,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선,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변화라 함은 무인 운전기술과 전기자동차(EV)의 등장으로 향후 수직적 계열의 단일 자동차 제조사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것임을 의미한다. 장인정신이 배인 아날로그 제조 기술과 인터넷이나 AI를 체화한 디지털 기술의 융합이 요구되고 있어 수직적 통합만으로는 경쟁력 발휘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제조 기술 정점에 있는 도요타는 AI군(群) 전략을 표방하는 소프트뱅크와의 연합(alliance)이 이동 서비스 플랫폼 구축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소프트뱅크의 미래를 꿰뚫은 선견지명과 도요타의 현장 적용력을 결합하려는 의도가 이번 모넷 테크놀로지 설립을 가능하게 했다. 다른 장르 기업들 간의 횡적 네트워크 시대를 예견케 한다.
다음으로 맞춤형 서비스의 혁신이라 함은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맞춤형 복합 이동 서비스’인 MaaS(Mobility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이동) 형태로 바뀌고 있음을 뜻한다. ‘맞춤형 탑승, 이동식 편의점·의료·택배·음식 서비스’가 무인 운전차로 이뤄지는 MaaS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도요타는 구글과 같은 인터넷 회사를 가장 두려운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도요타의 연합은 이런 지각변동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모넷 테크놀로지가 우선 예정하고 있는 서비스로는 지방자치단체 및 교통사업자와 연계한 ‘장보기 대행, 병원 통원, 외식, 통학 서비스’ 등이다. 장래는 지방경제 활성화 및 세계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넷 테크놀로지 설립이 본격적인 AI 시대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AI 시대에는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정보 활용이 중요한데, 자동차는 IoT의 대표주자로 꼽히고 있다. ‘AI와 이동성’의 접점이 자동차였고, 그것이 소프트뱅크와 도요타의 공동 출자 회사 설립으로 이어졌다. 신설회사에서는 방대한 축적 데이터를 소프트뱅크 주도의 AI가 해석하고, 그 해석에 기초해 도요타의 자동운전 기술이 현장에 투입된다. 이들 기술을 통해 도시의 교통정체 완화, 과소 지역의 교통편의 제공 등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 사람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한국은 IoT나 AI 등을 이용하는 4차 산업혁명을 대대적으로 내세우지만 현실 응용력에서는 일본에 뒤지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도요타의 신설회사를 한국판으로 본다면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공동 출자 회사 설립’을 상정해 볼 수 있겠다. 삼성과 현대차가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손을 잡았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사회 분위기는 재벌의 횡포라고 하는 엄청난 비판 여론이 일 듯하다.
기업 간 협조로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높여갈 것인지가 한국의 숙제이기도 하다. 모넷 테크놀로지는 소프트뱅크의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와 도요타의 ‘모든 사람에게 이동의 자유를’이라는 사업 이념을 저변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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