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환절기 호흡기질환 주의보
차고 건조한 공기 속 바이러스
코점막으로 침입해 염증 유발
면역력 약한 어린이·노인·임산부
10월부터 예방접종해야 효과
독감 백신은 인플루엔자 예방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달라
세균성 폐렴·기관지염엔 효과 없어
독감후 고열로 인한 합병증 주의
[ 이지현 기자 ]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아침저녁과 낮 시간 온도 차가 큰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 실내외 습도도 낮아져 감기, 독감, 폐렴, 천식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이맘때 예방 백신을 맞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백신을 맞았더라도 개인 위생수칙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감기 등 다른 바이러스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감기처럼 며칠 안정을 취하면 낫는 질환과 진료가 필요한 다른 호흡기·알레르기 질환도 구분해야 한다. 가을 환절기 주의해야 할 질환 등을 알아봤다.
차고 건조한 공기, 바이러스 전파
가을과 겨울에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은 감기와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이다. 공기가 차고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기 쉽다. 인체도 건조한 날씨에 취약하다. 콧속 점막이 건조해지면 외부에 있는 바이러스가 쉽게 몸속으로 침입한다. 상기도 염증이 쉽게 생긴다. 전파된 바이러스나 세균이 기관지염, 폐렴을 일으키면 기관지가 붓고 점액성 분비물이 증가한다. 이 같은 바이러스는 환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로 전파된다.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무리하거나 영양이 부족하면 회복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바이러스 전파 기간도 더 길어진다. 흡연 역시 감기나 독감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담배를 피우면 구강, 콧속 점막이 건조해지는 데다 담배연기라는 이물질과 싸우기 위해 면역 반응이 일어나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능력이 그만큼 떨어질 위험이 있다. 만성 폐 질환자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호흡곤란, 기침, 객담 등 증상이 심해진다. 호흡기 감염으로 갑자기 호흡곤란이나 호흡부전 등이 생기기 쉽다.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돼 생기는 독감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질환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으로 나뉜다. 사람이 감염되는 질환은 이 중 A형과 B형이다. A형 독감은 가을과 겨울 동안 주로 유행하며 증상도 비교적 심하다. B형 독감은 A형 독감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봄에 유행해 봄독감이라고도 한다. A형에 비해서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건강한 사람이 독감에 걸리면 대개 3~5일 뒤 호전된다. 1~2주 이상 지나면 대부분 완쾌한다. 독감 증상이 생긴 뒤 48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된다.
면역력이 취약한 생후 6개월~12세 이하 어린이와 만 65세 이상 고령층은 3가 독감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감기와 달리 독감은 폐렴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 어린이, 고령층, 만성질환자는 독감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임신부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 건강한 사람의 독감 백신 예방률은 70% 정도다. 10명 중 3명은 백신을 맞아도 독감에 걸린다.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은 이보다 예방률이 떨어진다. 하지만 백신을 맞으면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백신을 맞는 것이 낫다. 백신 예방 효과를 높이려면 10월에 독감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독감 백신을 맞은 뒤 2주 정도 지나야 예방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달 백신을 맞으면 11월 중순 이후 유행하는 독감의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독감에 걸렸다면 충분히 휴식해 인체 면역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실내 공기는 따뜻하게 유지하되 건조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차고 건조한 공기는 기도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실내에 젖은 수건을 걸어두는 것은 습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몸 안에 수분이 충분하면 가래가 원활히 배출돼 호흡기계 회복에 도움이 된다. 고열과 통증이 심하면 의사 지시에 따라 해열진통제를 복용한다.
독감 백신 맞아도 감기 예방 효과는 없어
종종 “독감 백신을 맞은 뒤 감기에 걸렸다”며 “백신을 맞아도 소용없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독감과 감기는 다른 질환이기 때문에 독감 백신을 맞아도 감기를 예방하지는 못한다. 백신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세 가지 종류(4가 백신은 네 종류)에 대해서만 예방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병훈 을지대 을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독감 예방주사는 어디까지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주사이므로, 일반 감기나 기관지염 또는 일반 세균에 의한 폐렴 같은 다른 호흡기 감염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는 없다”고 설명했다.
감기는 200여 종류의 호흡기 바이러스 중 한 가지나 두 가지 이상이 결합해 감염되는 질환이다. 감기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바이러스는 라이노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주로 콧물감기 증상을 보인다. 증상도 비교적 가벼워 잠깐 앓고 지나간다. 몸살이 심한 감기 바이러스도 있다. 콕사키바이러스나 에코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열이 많이 나고 온몸이 부서질 듯 아픈 증상을 호소한다. 입안이 허는 구내염이 생길 위험이 크다. 고령 환자는 늑막 염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은 감기를 앓다가 폐렴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감기라고 무시하지 말고 고열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심하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 교수는 “방안에서 TV나 컴퓨터만 즐기며 적당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질병이 악화될 위험이 크다”며 “면역기능을 높이기 위해 과일, 채소, 단백질이 많이 든 음식을 먹고 저당, 저염, 저지방식 위주의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금연, 금주 등도 중요하다.
호흡곤란·누런 가래 증상 있으면 폐렴 의심
감기와 비슷한 다른 호흡기 질환을 잘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감기에 걸리면 처음엔 맑은 콧물이 나오다가 점차 콧물이 누런색으로 변한다. 점도도 찐득하게 바뀐다. 코가 막히면서 열이 나고 온몸이 욱신거리는 증상이 한꺼번에 생겼다가 1주일 정도 지나면 점차 사라진다. 반면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으면 발작적인 재채기가 계속 나오고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른다. 코점막이 특정 물질에 과민반응하기 때문이다. 코막힘 증상도 함께 호소한다. 이 같은 증상이 있다면 감기가 아니라 비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독감 후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지도 잘 지켜봐야 한다. 고열이 심해지면서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하고 누런 가래가 나오는 기침을 한다면 폐렴이 의심된다. 병원을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 아이에게 많은 급성폐쇄성후두염(크루프)을 감기 증상과 혼동하기도 한다. 이 질환이 생기면 미열, 콧물과 함께 컹컹거리는, 개 짖는 듯한 기침소리를 낸다. 밤에 증상이 심해지고 숨을 쉬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호흡부전, 질식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조재구 고려대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아이가 숨쉬기 힘들어한다면 단순 감기로 생각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병훈 을지대을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조재구 고려대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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