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들
反기업 정책 탓에 더 나간다
법인세율 올리고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장 경직성이 기업 내몰아
글로벌 보호무역도 해외이전 요인
국내투자 6개월째 마이너스 속
해외투자는 지난해의 2.5배 이상
고용 위축, 내수 침체 악순환 우려
유턴기업 정책은 '있으나마나'
5년간 고작 50곳…해마다 줄어
그나마도 규제 때문에 경영난
[ 이태훈 기자 ] 올 상반기 국내 제조업체가 해외 공장 설립 및 증설 등으로 해외에 투자한 금액이 역대 최대인 74억달러였다. 국내 설비투자액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연속 마이너스(전월 대비)인 것과 대조적이다. 법인세 인상, 인건비 상승, 노동시장의 경직성, 각종 규제 등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가 국내 제조업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도 국내 제조업이 해외로 나가는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로 떠나는 기업들
수출입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가 3일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총 74억달러로 198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많았다. 이전까지 제조업체의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해외투자액은 2013년 47억달러였다.
작년 상반기 제조업체 해외투자액은 29억달러였는데 올 상반기에는 그보다 2.5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올 상반기 제조업체 해외투자액은 작년 한 해 투자액(79억달러)과도 맞먹는 규모다.
제조업에 금융·서비스업 등 다른 업종까지 더한 전체 해외투자액은 올 상반기 기준 227억달러였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 투자한 금액(외국인 직접투자)은 101억9000만달러였다. 125억달러 이상이 순유출된 셈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액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237억달러였는데 2년 연속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투자를 늘리는 대신 국내투자는 줄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올 8월 설비투자는 전달에 비해 1.4% 감소했다. 3월 7.6% 감소한 이후 6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9월~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한 이후 약 20년 만의 최장기간이다.
◆“반기업 정책이 공장 내몰아”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심해지는 국내보다 외국에 공장을 짓는 걸 선호하는 게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기업 효율성은 전체 63개국 중 43위로 하위권이었다. 10년 사이 7계단 떨어졌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율을 최고 25%로 올리고 최저임금도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인상하는 등 기업에 불리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며 “수출이 호조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들이 돈은 잘 벌지만 이를 국내보다 해외투자를 늘리는 데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마저 법인세율을 내리는 등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한국은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기업들의 국내투자가 줄어드니 고용이 감소하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것도 국내 기업이 해외투자를 늘리는 요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가전 공장을 세운 게 대표적이다. 삼성은 지난 1월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에서 세탁기 생산을 시작했고 2030년까지 3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확장할 예정이다. 정규직 인력도 650명에서 1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LG도 테네시주에 세탁기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올해 안에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턴기업 지원도 유명무실
정부가 해외로 떠난 기업을 되돌아오게 하겠다며 5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유턴기업법(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법)도 효과를 못 보고 있다. KOTRA가 이날 김규환 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3년 12월 발효된 유턴기업법에 따라 지난달까지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총 50개였다. 이 중 실제로 국내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은 28곳에 불과했다.
유턴기업으로 선정된 곳도 해마다 줄고 있다. 2014년 22개였던 유턴기업 수는 지난해 4개, 올해 8개에 그쳤다. 정부가 유턴기업에 지원한 금액은 총 271억8800만원이었다. 유턴기업들은 국내 복귀 후 각종 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조사 결과 유턴기업들은 인력난이 심한 지방 대신 수도권으로 복귀하길 원한다”며 “하지만 정부는 수도권 유턴기업에는 세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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