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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벨상 강국' 일본의 과학정책 겸손하게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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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교수가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본은 23번째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가 됐다. 일본이 ‘과학강국’이란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우리나라로서는 일본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이 경제 발전 전략으로 ‘추격형’ 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 일본에 비해 기초과학을 등한시해 온 게 사실이다. 2000년대 이후 ‘탈(脫)추격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초과학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노벨상 시즌이 찾아올 때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지만, 단기간에 대박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잇달아 배출하는 요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기초과학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오랜 기간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문화다. 이에 비춰 볼 때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가 기초과학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건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자가 장기간 한 분야 연구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이다. 정권이 바뀌면 과학정책도 바뀌기 일쑤다. 정권이 선호하는 분야가 있으면 모든 연구가 예산을 따기 위해 그쪽으로 쏠리기도 한다. 기초과학 투자를 아무리 늘리더라도 이런 연구 풍토에서는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어렵다.

혼조 교수가 “일본의 기초과학 분야 젊은이들이 힘을 얻기 바란다”면서 밝힌 몇 가지 소회는 노벨과학상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란 점을 일깨워준다. “불가능은 없으니 반드시 길이 있다는 생각으로 연구를 해 왔다.” “시대를 바꾸는 연구를 하려면 호기심, 용기, 도전, 확신, 집중, 지속이 필요하다.” “과학은 다수결이 아니다. 기존 개념을 깨뜨리는 소수파 속에서 새로운 성과가 나온다.” 이런 연구 문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졌을 리 없다. 우리가 여전히 일본에서 본받을 게 많다는 걸 보여준다. 일본을 노벨과학상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과학정책을 겸허한 자세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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