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이용자 수 급감에
9월에만 주가 19.4% 떨어져
2대 주주 텐센트 1800억 평가손
한국형 헤지펀드 수익률 악화 우려
"IPO 가시화되면 반등할 수도"
[ 노유정 기자 ] 총싸움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올 한 해 자본시장에서 최대 이슈 메이커로 떠올랐던 블루홀 주가가 장외시장에서 급락하고 있다. 경쟁작의 등장과 불법 프로그램 기승 등으로 배틀그라운드 이용자 수가 급감하면서다.
이에 따라 2대 주주인 중국 텐센트 등 뒤늦게 지분을 취득한 투자자들이 대규모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이 종목을 담고 있는 장외주식 투자 한국형 헤지펀드들의 수익률 악화도 우려되고 있다.
◆올해 장외에서 40% 넘게 하락
장외주 거래 사이트 38커뮤니케이션에서 지난 28일 기준으로 블루홀은 43만5000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최근 1년 내 최저가다.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78만원까지 뛰었던 호가는 올 들어 큰 폭으로 하락했다. 9월 한 달 동안에만 19.44% 떨어졌다.
블루홀 주가 하락은 배틀그라운드의 이용자 수가 급감한 게 주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의 최근 한 달간 세계 동시 접속자 수 평균은 약 113만 명으로, 올 1월 동시 접속자 수(약 324만 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등 해외 경쟁작의 인기가 높아지는 데다 게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불법 프로그램(일명 핵)에 회사 측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업종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배틀그라운드의 최근 PC방 점유율은 올초의 60%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블루홀처럼 특정 게임이 실적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사는 이용자 수가 줄면 주가에 직격탄을 맞는다”고 말했다.
◆中 텐센트 대규모 평가손
주가가 하락해 블루홀 주요 주주들은 큰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 8월 블루홀의 2대 주주로 올라선 텐센트는 당시 블루홀 지분 약 8.5%를 주당 65만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투자금액은 5700억원 수준으로, 현재 주가가 인수 때 가격보다 33% 싼 것을 감안하면 평가손실은 대략 1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블루홀 최대주주인 창업자 장병규 블루홀 이사회 의장은 6월 말 기준으로 지분 19.7%(약 15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장 의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사상 최고가 78만원을 찍었던 작년 10월과 비교하면 약 5100억원 감소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을 경우 장외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디에스자산운용의 ‘different G’(설정액 221억원·연초 이후 수익률 4.10%), ‘different P’(147억원· 5.58%), ‘different R’(179억원·4.75%) 등이 블루홀 장외주식을 담고 있다. 헤이스팅스운용의 일부 펀드도 블루홀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등 가능성에 촉각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차기작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에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규제로 미뤄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의 중국 판호(유통 허가권) 발급이 재개될지도 관심이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블루홀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에어 테스트를 진행하거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판호가 발급될 경우 주가도 상승 동력을 얻을 것”이라며 “기업공개(IPO)가 가시화되면 주가가 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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