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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靑 회의수당' 폭로… '심재철 블랙홀'에 빠진 정기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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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한국당, 고발·맞고발…전면전 확산

정면 대응 나선 靑·민주당
靑 비서관들, 심재철 고발 추진
민주당 "범죄행위" 맹비난

'장관 해임' 꺼낸 한국당
김동연·박상기 해임 건의안 검토
국회 보이콧 카드 꺼낼지 관심



[ 김형호 기자 ]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행정정보 불법 유출 논란이 정기국회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심 의원이 28일 청와대 비서관·행정관의 수당 지침 위반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자 청와대는 즉각적인 반박과 함께 실명이 거론된 비서관 명의로 고발하기로 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심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에 한국당은 대검찰청과 대법원을 항의 방문한 데 이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해임 건의를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정기국회 중 정부·여당과 제1야당이 벌이는 ‘강 대 강’ 대결을 두고 정치권에서 제각기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정·청, 한국당 전면전 불사

청와대와 여당은 심 의원 사안에 전면적인 공세로 전환하며 확전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날 기재부가 심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청와대와 민주당도 화력을 끌어올리며 정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심 의원의 불법자료 유출은 물론 기초 검증도 거치지 않은 자료를 연일 공개한 것을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심 의원이 불법으로 확보한 자료를 기초 검증도 없이 공개하는 것은 또 다른 범죄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심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민주당은 심 의원이 내려받은 자료의 핵심은 업무추진비가 아니라 정부 보안과 관련한 핵심 기밀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국가 보안장비 등 주요 인프라 관련 정보가 제3자에게 누출될 경우 대통령의 경호와 정부기관 해킹이 우려되는 핵심 기밀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개 의원실 차원에서 관리할 수 없는 수십만 건에 달하는 방대한 국가기밀을 탈취해 ‘유흥주점에서 결제했다’ ‘꼼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는 등의 온갖 가짜뉴스까지 생산하고 있다”며 자료 반환과 심 의원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장관 해임 건의안 카드까지 꺼내들고 압박에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피감기관 기관장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감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의 문제로 국회의원을 고발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전날 기재부의 심 의원 고발을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국감을 앞두고 야당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기재부의 오만방자함과 기재부를 뒤에서 조정하는 문재인 정권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김 부총리와 박 법무부 장관 해임 건의를 언급했다. 또 “청와대와 정부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분석해 부정 사용 소지가 있으면 공금 유용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여당 vs 한국당 ‘강 대 강’ 배경은

민주당이 한국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 것은 심 의원의 자료 공개가 ‘자충수’가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당분간 한국당과의 대치가 격화하더라도 손해볼 게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심 의원이 제기한 청와대 업무추진비와 비서관·행정관 부당 회의수당 의혹이 청와대 해명을 통해 오히려 무리한 공세로 판명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의와 10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한국당이 보이콧하기 어렵다는 사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불법자료도 문제지만 사실 확인도 없이 ‘묻지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심 의원의 행위는 선을 넘었다”며 “한국당이 야당의 무대인 대정부질의와 국감을 놔두고 국회 밖으로 뛰쳐나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당이 강경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여권과의 대치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하는 동시에 남북한 정상회담 비준에 나홀로 반대하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지도부의 계산도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음달 당협위원장 교체를 위한 당무감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외부에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나쁠 게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심 의원이 주도하는 자료 공개에 당이 수동적으로 끌려갈 경우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게 여의치 않다는 게 지도부의 고민이다. 여야의 정면충돌로 정기국회 일정이 ‘올스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지만 정치권에선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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