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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노메이크업… '절대惡人'으로 돌아온 주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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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수살인' 연쇄살인범役 주지훈

"수감중 또다른 살인 자백하는 범인
액션·추격전 없는 심리 스릴러
김윤석 선배에게 의지해 연기했죠

하루 8시간 부산 사투리 공부
스트레스 심해 응급실 가기도"




노 메이크업의 거친 피부, 삭발한 머리, 억센 부산 사투리에 뻔뻔하고 비열하고 교활한 표정까지…. 우리가 알던 그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다. 주지훈(사진)이 ‘절대 악인’으로 돌아왔다. 다음달 3일 개봉하는 영화 ‘암수살인’에서다.

주지훈은 이번 영화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범 강태오를 연기한다. 허세와 유머를 겸비한 현생의 해원맥과 고려를 지키려 했던 전생의 무사 삵(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날카로운 눈빛을 지닌 원칙주의자 북한 군인(영화 ‘공작’)에 이어 또 한 번의 캐릭터 변신이다. 올 들어 세 편의 영화에서 탁월한 연기를 선보이며 ‘대세 배우’로 자리 잡은 주지훈을 만났다.

“오프로드처럼 내면이 울퉁불퉁한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연기로 뛰어놀 수 있는 다층적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부산 사투리를 구사해야 한다는 게 어렵게 느껴졌는데 (김)윤석 선배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의지할 곳이 생겼다 싶었죠. 흔들리고 불안한 제 마음을 윤석 선배가 옆에서 꽉 잡아줬습니다.”


제목부터 생소한 ‘암수살인’은 실제로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이 모르는, 혹은 알았더라도 용의자 신원 파악 등이 되지 않아 범죄 통계에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은 살인사건이다. 영화를 연출한 김태균 감독은 2012년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암수사건을 쫓는 부산의 한 형사 이야기를 접한 뒤 6년간의 조사를 거쳐 영화를 만들어냈다.

영화에서 태오는 수감 중에 김형민 형사(김윤석)에게 비정상적인 제안을 한다. 자신이 저지른 일곱 건의 또 다른 살인을 자백하며 형량을 줄여달라고 요구한 것. 태오는 진실과 거짓이 섞인 자백으로 수사에 혼선을 주고, 법정에서는 억지 자백을 강요받았다며 진술을 뒤집는다. 태오는 ‘감정 통제 불능’의 사이코패스다. 살인을 저지른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반성도 뉘우침도 없다. 주지훈은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캐릭터를 분석하는 일이 아주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영화는 태오와 형민의 심리전으로 전개된다. “흔한 액션이나 추격전 없이 심리적 긴장감으로 스릴러를 이끌어간다는 게 이 영화의 강점 같아요. 얼핏 보면 태오가 그냥 미쳐 날뛰는 것 같지만 사실 대사의 어절마다 고개의 각도까지도 하나하나 다 계산돼 있는 거예요.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똑같은 접견실에서 이뤄지는 ‘밀당’인데 장면마다 다른 느낌을 줘야 하니 죽겠더라고요.”

주지훈은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위해 외모 변신도 불사했다. 첫 촬영 뒤 모니터링을 해보니 태오의 느낌이 살지 않아 바로 삭발을 감행했다. 김 감독도 내심 삭발을 원하던 터였다. 살인범으로서의 위압감을 위해 몸무게도 5㎏ 늘렸다. 거친 외모를 표현하기 위해 노 메이크업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영화를 찍는 내내 하루 8~9시간씩 부산 사투리도 공부했다. 중국어의 성조처럼 말투의 높낮이까지 대본에 표시했다. 그는 “외국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사투리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위경련이 일어나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기차를 레일에 올리면 저절로 간다’는 표현처럼 영화도 그래요. 그런데 ‘암수살인’은 매번 기차를 새로 올려야 했어요. 윤석 선배를 포함해 감독님, 스태프들 모두 경상도 사람이어서 (사투리 연기에) 더 자신이 없는 거예요. 제작자로 참여한 곽경택 감독님이 대사를 녹음해서 주셨어요. 그걸 보물처럼 들고 다니며 중얼대면서 밤낮으로 연습했죠.”

덕분에 주지훈의 사투리 연기는 완벽에 가깝다. 광기와 냉정함이 교차하는 사악하고도 영리한 살인마의 모습도 실제 같다. 주지훈은 “범죄 스릴러의 긴장감이 잘 전달되면서도 영화에 담긴 메시지가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 사람들 덕에 세상이 바뀔 수 있고 돌아갈 수 있다는 감독님의 말씀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갖은 불이익과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투한 형사의 직업 정신을 주목해 달라는 얘기였다.

김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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