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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철강·車 동시 위기… 부·울·경 지역경제 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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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부산-한경 WEEK
부산 상공인-한경 데스크 현장 토론

경영 애로사항 토로한 상공인들

기업인 사기 꺾는 정부 정책
자식도 회사 안물려 받으려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쟁력 약화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 검토해야

지역 뿌리기업 '성장판' 닫힐 위기
'일거리 창출' 정책 적극 펴야



[ 하인식/김순신/박상용 기자 ]
“조선과 자동차산업 ‘양대 축’이 붕괴되면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경제는 고사 직전에 내몰렸습니다.”(이남규 광명잉크제조 회장)

부산시와 한국경제신문사가 20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연 ‘한경 데스크와 부산 상공인 현장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침체에 빠진 지역 산업과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현장을 직접 보고 그에 맞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기업인들의 주요 발언 내용이다.

▶박태호 진흥스틸 회장=부산 기업인 사이에서 ‘배철수 차가 안 팔린다’는 말이 자조적으로 돌고 있다. 배(조선), 철강, 수송(물류·해운)에 이어 자동차산업까지 위기라는 얘기다. 환율이 크게 올랐던 외환위기 때보다 기업하기 어렵다. 40년 기업을 운영했는데 가장 힘든 시기다.

▶최판호 에어부산 경영본부장=에어부산은 올해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 그런데 조사해보니 지난해에도 올해도 부산에서 IPO를 하는 기업이 우리를 제외하고 한 곳도 없어 놀랐다.

▶빈대인 부산은행장=부산지역 경제 침체가 구조적이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침체가 장기화할 것 같다. 금융 지원으로 기업들에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살아날 상황이 아니다. 경쟁력을 잃은 업체들이 1~2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얼마 전 출범한 해양진흥공사 덕분에 조선쪽은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남규 광명잉크제조 회장=부산에서 가장 큰 국가산업단지인 녹산 공단의 가동률이 60%밖에 안 된다. 정부에서 얘기하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쳐 엄청 힘들다. 요즘 일자리 창출을 얘기하는데 일거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 인건비 부담에 지역 중소 수출 업체들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

▶문창섭 한국신발산업협회 회장(삼덕통상 회장)=금융 지원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은행들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면 해외 공장을 담보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유동성이 떨어지고 기업은 부실기업으로 평가받고 수주가 안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갑준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지역별, 업종별로 차등화돼야 한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는 한국 문화에 익숙해질 때까지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탄력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 베트남에서 월급 16만원 받는 사람이 한국에만 오면 200만원을 받는다. 항해사는 24시간 배를 모는데 융통성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기업들은 어떻게 하는가.

▶조양환 정안철강 대표=공기업 지방 이전이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 본사는 부산으로 내려왔는데 직원의 90% 이상이 금요일에 서울로 간다. 또 공기업에서 발주하는 사업 대부분이 서울 및 수도권에서 이뤄진다. 껍데기는 지방에 와 있고 소프트웨어는 서울에 있다는 얘기다. 돈이 지역에서 안 돈다.

▶정용환 부산시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서번산업엔지니어링 회장)=요즘은 기업인 2세도 가업을 이어받지 않으려고 한다. 창업자가 사라지면 기업도 사라지게 돼 안타깝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연구개발(R&D)을 해야 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우수 인재가 부족해 R&D가 안 되고 있다. 정부의 R&D 자금은 대부분 대기업으로 간다. 정부가 퇴직 교수를 주요 기관에서 고용한 뒤 이들을 협동조합에 파견하는 등의 방식으로 중소기업 R&D를 돕도록 지원해주면 좋겠다.

▶박동호 화승네트웍스 대표=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이 세제다. 세금 혜택에 따라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 베트남은 공장을 지으면 7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고, 이후 7년 동안은 50% 감면해준다. 지금 베트남에는 세계 신발공장이 몰려 있다. 결국 세제정책이 국가 경쟁력을 갖추게 한 것 아닌가.

▶함정호 벡스코 사장=제조업 불황은 전시회에도 반영된다. 해양 플랜트, 조선, 로봇 등 대규모 전시회에 참가할 기업을 유치하기 어렵다. 경영이 어려울수록 전시회에 적극 참가해 판로를 개척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울 정도로 업황이 안 좋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은 지역별로 정책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 중국도 도시마다 최저임금이 다르다.

▶엄범용 산업은행 영남본부장=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 좋은 스타트업과 혁신이 정체된 중견기업을 연결해 스타트업이 중견기업에 들어가 내부 혁신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최금식 선보공업 대표=부산 지역 산업은 노동집약적이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고사 위기에 있는 부울경 산업에 치명적이다. 기술집약산업으로 바꾸지 않으면 부산은 미래가 없다. 이를 위해 지금은 35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는데 두 개 회사의 기술을 통해 회사를 혁신하고 있다. 중견기업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엔젤 스타트업을 키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송정석 삼강금속 회장=외국인 노동자 제도를 바꿔야 한다. 조선업 등 제조업에선 가장 중요한 제도다. 얼마 전 9조원짜리 해양 플랜트 수주가 있었는데 싱가포르가 따갔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마음껏 인력을 공급받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시설 등은 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초라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유연성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줬으면 한다.

토론회 참석한 한경 데스크

하영춘 편집국장, 박성완 증권부장, 김태완 지식사회부장, 장규호 문화부장, 정종태 경제부장, 이건호 산업부장, 박준동 금융부장, 김용준 중소기업부장, 오연근 한국경제TV 보도본부장, 최진욱 한경TV 산업부장, 이봉익 한경TV 증권부장, 김택균 한경TV 부동산부장

부산=하인식/김순신/박상용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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