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형석 대표 '가자' 브랜드 출시
글로벌 편집숍 세포라와 공동개발
몇 달간 연락 시도해 협업 이끌어
"스킨케어 위주인 K뷰티 영역
메이크업으로 확대할 것"
[ 김현석 기자 ] “글로벌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인 링크트인으로 프랑스 화장품 유통회사인 세포라 임직원을 찾은 뒤 몇 달간 무작정 메시지를 보냈어요. 커피 한잔 하자고 들이댔습니다. 극적으로 연락이 왔고 화장품 공동 개발로 이어졌어요.”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34)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소호에서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와 공동 개발한 화장품 브랜드 ‘가자(Kaja)’를 발표했다. 미국 430여 개를 포함해 세계 33개국에 2300여 개 매장을 거느린 루이비통그룹 산하 세포라가 처음으로 화장품 회사와 손잡고 내놓은 브랜드다. 그동안 마스크팩 등 스킨케어 제품이 주류인 K뷰티의 영역을 색조화장품(메이크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하 대표의 포부다.
“통상 100명의 투자자를 만나면 한두 명이 반응을 보이죠. 성공 확률이 1~2%입니다. 미국에 ‘빽’도 없고 인맥도 없고 오직 그 확률을 믿고 링크트인에 매달렸어요.”
하 대표는 2012년 미미박스를 세웠다. 이번처럼 ‘닥치고 도전’한 게 그의 성공 비결이다. 경희대 환경공학과에 다니다 입대한 그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갔다가 미군을 접했고 제대한 뒤 무작정 뉴욕으로 떠났다. 우여곡절 끝에 유명 패션학교인 파슨스디자인스쿨에 편입한 하 대표는 “학비가 비싸 첫 학기는 누나가 결혼자금으로 모은 돈을 보내줬고 부모님이 두 학기 등록금을 더 주셨다”고 했다.
마지막 학기 무렵인 2007년 패션기업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선글라스로 유명한 브랜드 톰포드였다. 2009년 톰포드가 한국에 진출할 때 귀국했고 2010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던 티몬에 입사했다. 티몬이 미국 리빙소셜에 인수되자 하 대표는 800만원으로 미미박스를 차렸다.
하 대표는 2013년 미미박스로 KOTRA가 개최한 ‘나는 글로벌 벤처다’ 경진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때 심사위원이던 미국 실리콘밸리의 액셀러레이터(초기 벤처 육성업체)인 와이콤비네이터의 케빈 헤일 파트너를 눈여겨봤다. 상금 1000만원을 쥐고 무작정 실리콘밸리로 떠난 그는 “나는 꿈이 있다”며 와이콤비네이터를 설득해 투자를 받아냈다. 이를 포함해 지금까지 유치한 자금이 1700억원에 달한다.
작년 1월 하 대표는 아예 주거지를 샌프란시스코로 옮겼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내놓은 ‘가자’가 미국에서 기획한 첫 작품이다. 하 대표는 “지난해 링크트인을 통해 연락이 닿은 엘리슨 한 세포라 부사장이 사무실을 둘러본 뒤 ‘K뷰티가 인기인데, 이를 현지화(미국화)하는 작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하 대표는 “세포라가 파는 제품은 대부분 고가인데, ‘가자’는 주요 고객인 10~20대가 부담 없이 살 수 있도록 10~20달러대 제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또 “색조를 중시하는 미국 화장품 시장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내추럴한 색조 제품을 내놓았다”고 강조했다. 이 제품은 18일부터 세포라의 온라인숍에서, 28일부터는 미국 내 매장에서 판매한다.
미미박스는 지난해 미국 화장품 체인인 울타뷰티(ULTA Beauty)에 마스크팩을 공급해 전량을 판매했다. 하 대표는 “가자 브랜드의 목표는 K뷰티를 미국 시장에서 더 확산하는 것”이라며 “마스크팩으로 K뷰티 저력을 입증했고 이번엔 메이크업 제품으로 우수성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