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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of the week] 금융위기가 남긴 교훈… "리스크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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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그 입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금융위기 트라우마는 사라지고
위험을 감수하는 관행 되살아나
10년전 부동산 담보 대출처럼
학자금 대출이 큰 위험요소로

美 금리 인상이 '强달러' 자극
弱달러 시절 경쟁적 대출받은
신흥국들이 '위기의 진앙지'로
Fed의 기능·부채 관리능력 등
과거 '안전판'도 제 구실못해

경기부양 정책은 强달러 불러
美 무역적자를 더 확대시킬 것
非전통적 경제정책 밀어붙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악 맞을수도



[ 박수진 기자 ]
10년 전 이때쯤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가 그동안 위기에 얼마나 무신경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개인 주택 구입자들은 영원히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집을 구매했고, 은행들은 절대 돈을 떼이지 않을 것처럼 대출했다. 정부 역시 경기침체(depression)는 남의 얘기인 것처럼 이런 상황을 수수방관했다.

무신경도 무신경이지만 오해와 무지도 위기를 불러오는 데 한몫했다고 본다. 투자자들은 미국 집값이 1930년 이후로 쭉 그래왔던 것처럼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은행들은 담보대출과 증권 상품을 국채 다루듯 했다. 큰 은행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는 리먼브러더스 같은 투자은행에 대한 대출을 정당화했다.

또 그리스는 어떤가. 그리스에 대한 대출도 같은 유로화를 쓰는 독일에 돈을 빌려주는 것처럼 여겨졌다. 이런 오해와 무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산산이 깨졌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는 확실히 1930년 대공황보다 규모도 작고 강도도 약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응은 똑같은 패턴으로 진행됐다. 통화 역사학자인 밀턴 프리드먼과 안나 슈월츠는 1963년 공저에서 “대공황은 경제 불안정과 스태그네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실업 우려 등에 대한 과장된 공포를 깊숙하게 각인시켰다”고 썼다.

위기감은 리스크에 대한 일반인들의 태도를 바꿔 놓았다. 미국인들은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기업들은 차입을 줄였고 금융산업 각 분야의 연결고리는 단절됐다. 연방정부는 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직접 개입하고 나섰다. 특히 가계와 기관투자가들의 리스크에 대한 경계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 30년 동안 연 3%에 달했던 미 국채 수익률은 그 후 한동안 연 0.7%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채권을 계속 사들이고 단기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묶어 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안전자산(국채가 대표적)에만 집착하게 된 것이 주된 이유다.

기관투자가들은 위기에 대비한 ‘보수적’ 투자에 몰두했다. 미 가계 투자액 중 주식과 뮤추얼펀드 비중은 2007년 30%에 육박하던 것이 9년 만에 24%로 떨어졌다. 칼라일그룹 분석 결과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9년 사이 일반 주식시장에 비해 6.6% 더 높은 수익을 낸 헤지펀드 실적은 그 후 크게 떨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보수적 투자 패턴이 최근 강세장이 길게 유지되는 이유가 된다. 보수적 투자의 결과로 자산을 빨리 처분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제이슨 토머스 칼라일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불안정이 고착화되고 있다(instability is stabilizing)”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리스크를 피하고 시스템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행동 패턴들을 찾아내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확실히 시간이 갈수록 금융위기 때 받은 트라우마는 사라져 가고 위험 감수 관행이 부활하고 있다. 물론 형태는 이전과 많이 달라지긴 했다. 무분별한 부동산담보 대출이 10년 전 위기를 불러왔다면 이제는 학자금 대출이 큰 위험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고등교육을 받기 위한 투자는 결코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바탕이 됐다.

또 신흥국들은 2009년 이후 지속돼 온 약(弱)달러 시절에 경쟁적으로 달러 대출을 유치했다. 그러나 이 또한 미 금리 상승기를 맞아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진앙으로 지목되고 있다. 달러화 위상과 Fed의 기능, 부채 관리능력에 대한 믿음이 과거 위기의 안전판이었다면 이제 더 이상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도 새로운 리스크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비(非)전통적 경제정책으로 위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해 말 가공할 만한 감세와 재정지출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194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더 높일 것이다. 경기부양은 강(强)달러를 불러와 가뜩이나 늘어나고 있는 무역적자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다. 이미 물가를 자극하는 수준의 완전고용 상황에서 이 같은 경기부양이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를 놓고도 논쟁이 분분하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 같은 비전통적 경제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 투자자들이 천문학적인 부채로 인한 혼란에 기꺼이 대응할 준비가 돼 있고, Fed는 초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실수하지 않을 실력으로 무장돼 있으며, 세계 각국이 군사·경제 분야 슈퍼파워(미국과 중국)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조건이 충족된다면 말이다. 그러나 만약 그중 하나라도 어그러진다면 모든 시나리오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원제=The Financial Crisis made us afraid of risk-for a while

정리=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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