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게임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지난달 정식 서비스
사전예약 279만명 몰려
엔씨소프트 '리니지M'
1분기 2600억 이상 매출
넥슨 '메이플스토리M'도 선전
[ 임현우 기자 ]
중국 시장 진출이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임업체들이 대만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모바일게임 ‘검은사막 모바일’은 지난달 29일 대만에서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다. 구글·애플 앱 장터 매출 순위에서 톱3에 안착해 산뜻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출시 한 달 전부터 벌인 사전 예약에는 279만 명이 몰려 대만 역대 모바일게임 중 최고 기록을 쓰기도 했다. 부민 펄어비스 대만지사장은 “검은사막 모바일의 첫 해외 진출국인 대만에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이 올 7월 대만 서비스를 시작한 ‘메이플스토리M’도 초반 인기몰이에 성공하면서 양대 앱 장터에서 3~5위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넥슨은 타이베이, 타이중, 가오슝, 화롄 등 주요 도시에서 커피 트럭을 운영하는 등 젊은 층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은 지난해 12월 대만에 첫선을 보인 이후 현지 모바일게임 시장을 평정했다. 리니지M은 올 1분기 대만에서만 2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현지 모바일게임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다.
작년 6월에는 넷마블이 ‘리니지2 레볼루션’을, 10월에는 그라비티가 ‘라그나로크M’을 대만에 내놔 인기를 누렸다. 김성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다수가 대만에서 흥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업계가 대만 진출에 부쩍 힘을 실은 것은 지난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본격화하면서다. 중국 정부는 작년 1분기부터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版號·출시 허가)를 단 한 건도 내주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만 게임 이용자의 성향이 한국과 매우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또 PC용 온라인게임이 주류를 이루던 2000년대부터 국내 게임을 즐긴 사람이 많아 한국산 신작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구가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대만이 전략시장의 하나로 떠오른 배경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판호 봉쇄가 단기간에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열리지 않겠느냐”며 “중화권에 속하는 대만을 교두보 삼아 중국 재진출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2000년 대만에 진출한 리니지는 900만 명이 달하는 PC게임 회원의 상당수가 모바일게임인 리니지M에도 자연스레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검은사막 역시 지난해 1월 PC게임으로 먼저 대만에 출시돼 인기를 누린 바 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대만 게이머들은 한국에서 인기 있는 게임이라고 하면 일단 믿고 시작해보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작품이라면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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