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3년 만에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공항 검역단계에서는 입국장을 통과한 후 4시간 만에 의심환자로 분류됐다. 이에 정부의 메르스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쿠웨이트로 출장을 떠났다가 이달 7일 귀국한 서울 거주 A(61)씨는 전날 오후 4시께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
에미레이트 항공으로 지난 7일 오후 4시51분에 인천공항에 입국한 A씨는 검역관에게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했다. 검역법에 따라 중동지역을 방문하고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은 귀국할 때 서류를 내야 한다.
A씨는 개인정보와 최근 21일 동안의 방문국가와 질병 증상을 기록하는 질문서를 제출하면서 설사는 10일 전에 있었으나 기침과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은 없다고 신고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고막체온계로 측정했을 때 체온이 36.3도로 정상이고 호흡기 증상을 보이지 않자 A씨를 검역대에서 통과시켰다.
귀가 후 발열 등 메르스 증상이 생기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에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메르스 예방관리 리플릿을 전달하는 선에서 검역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A씨가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된 시간은 당일 오후 10시34분으로 공항을 벗어나 겨우 4시간 정도가 지난 후였다. A씨는 메르스를 의심하기보단 설사 치료를 위해 공항을 나서자마자 삼성서울병원에 내원했다.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았기에 아내와 함께 택시를 탔고, 동승자들은 현재 메르스 환자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택격리 중이다.
병원에서는 A씨와의 사전 전화 통화로 중동방문력을 확인, 처음부터 별도의 격리실로 안내해 진료했다. 이후 발열과 가래 및 폐렴 증상 확인 후 메르스 의심환자로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공항에서 없었던 메르스 의심증상을 다수 관찰되면서 검역이 소홀하게 진행됐을 가능성이 나온다. 메르스의 주된 증상은 발열과 기침, 가래, 숨 가쁨 등 호흡기 증상이지만 설사와 구토와 같은 소화기 증상도 나올 수 있다.
심지어 A씨는 쿠웨이트 방문 기간인 지난달 28일 설사로 현지 의료기관을 방문한 이력도 있었다. 메르스는 중동지역에서 낙타접촉 등으로 산발적으로 발생하지만, 상당수는 의료기관에서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발생한다.
A씨는 의심환자로 분류된 후 국가지정격리병상이었던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확진을 받았다. 귀국한 지 만 하루 만에 메르스 확진을 받았으며 다행히 위독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검역단계에서 A씨를 놓치면서 밀접접촉자는 20명으로 검역관, 출입국심사관, 항공기 승무원, 탑승객에서 의료진, 가족, 택시기사 등으로 늘어났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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