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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기대수명 142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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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논설위원


“2015년에 태어난 아이는 142세를 살 것이다.” 황당하다 싶겠지만, 그제 ‘한경 바이오헬스산업 콘퍼런스 2018’에서 권기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제어연구단장이 발표한 내용이다. 권 단장은 1982년 100세 시대를 전망한 미국 타임지(誌)가 2015년에는 142세까지 살 것을 예견했다고 소개했다.

‘수명 142세’ 근거는 미국 텍사스대 건강과학센터에서 실험한 ‘UT2598’이란 쥐가 일반 쥐 수명(2.3년)의 1.77배인 4년을 산 것이다. 이를 사람의 평균 기대수명(80세)에 적용하면, 특별한 사고나 질병이 없을 경우 142세까지 산다는 추론이다.

이 쥐의 장수 비결은 ‘라파마이신’이란 항생물질이었다. 1960년대 남태평양 이스터섬 토양의 미생물에서 추출한 이 물질은 노화를 억제하는 영약으로 알려져 있다. 텍사스대 연구팀이 쥐에 이 물질을 투여하자 뇌 기능과 운동능력이 향상되고 수명이 연장됐다고 한다.

쥐 실험 결과지만 인간에게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바이오테크와 의학 발전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덕에 국내 100세 이상 고령인구는 올해 3908명으로 2000년의 두 배가 됐다. 일본은 50년 전 327명에서 지난해 6만7824명으로 불어났고, 미국도 6만 명을 웃돈다. 유엔은 세계 100세 이상 인구가 2030년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성서에는 969세를 산 므두셀라, 950세를 산 노아가 있지만 인간 수명 한계는 120세다. 인간을 포함해 동물은 성장기간의 6배가 수명 한계다. 2016년 ‘네이처’지에는 수학모델로 계산한 수명 한계가 117.9세라는 논문이 게재됐다. 그러나 공식 최고령 기록인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는 122세를 살았다. 비공식 기록은 지난해 타계한 인도네시아 할아버지로 146세였다.

불로장생은 인류의 영원한 꿈이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갈망했듯이, 서양에선 니콜라 플라멜 같은 연금술사들이 영생의 묘약을 찾았다. 지금은 전설이 아닌 현실에서 수명 연장이 가시화하고 있다.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 완성 이래 노화에 대한 접근방식부터 확 달라졌다. 과거에 질병 ‘치료(cure)’에 급급했다면 지금은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노화를 미리 ‘관리(care)’한다. 치매의 경우 최소 발병 20년 전에 예방조치를 취하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암 뇌졸중 폐질환 등 사망 원인 질병도 관리와 제어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노화세포 제거, 젊어지는 단백질, 칼로리 제한 등의 연구도 활발하다.

문제는 장수가 축복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누구나 100세를 넘겨 살면 기존 제도, 관습, 인식을 전부 바꿔야 한다. 생명윤리도 재정립해야 한다. 건강수명이 늘어야 진짜 장수시대다. 인류 삶을 바꾸고 미래 먹거리가 될 바이오테크의 앞날이 주목된다.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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