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감각
[ 윤정현 기자 ] 여러 학년이 모여서 공부하던 한 교실에서 선생님은 어린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동안 윗학년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칠판에 숫자를 적었다. 1+2+3+…, 100까지 덧셈으로 이어진 숫자를 차례로 쓴 뒤 뒤돌아서는 순간 한 소년이 손을 들었다. 곧바로 ‘5050’이라고 답을 말했다. 오늘날 ‘등차수열의 합’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계산한 그는 독일 수학자 가우스였다. 《수학의 감각》을 쓴 저자는 말보다 셈을 먼저 배웠다고 할 만큼 신동이었던 그의 일화를 바탕으로 ‘멀리서 봐야 전체가 보인다’는 명제를 끌어낸다. 가우스가 개별 숫자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전체를 한 덩어리로 봤듯이 “문제와의 거리를 두고 문제 자체의 틀을 보라”는 것이다. 자신의 방식으로 문제를 바꿔 보면 답을 찾기가 한층 쉬워질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이처럼 책은 등차수열뿐 아니라 무한의 개념, 0의 의미, 평행선의 공리 등 수학 요소들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대학원 재학 중 수학에 이끌려 유학을 떠났다.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에서 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르키메데스, 데카르트, 오일러 등이 남긴 고전을 번역했고 유클리드의 《원론》을 강독했다. 저자는 자신에게 수학은 ‘삶의 지혜를 가르쳐준 마력을 지닌 학문’이었다고 소개한다. 책을 통해 수학적 사유 방식과 문제를 해결해 가는 힘을 공유한다. 수학에 대한 책답게 숫자가 꽤 많이 등장하지만 ‘열쇠를 쥐고 찾을 때도 있다’ ‘잘 아는 것에서 출발해라’ ‘잘 틀리면 더 좋다’ ‘질문이 세상을 바꾼다’ 등 목차는 전혀 ‘수학스럽지’ 않아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박병하 지음, 행성B, 280쪽, 1만6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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