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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Biz] '성공보수 약정금지'의 역설… 전관 변호사 수임료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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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보수 약정금지 판결 3년
착수금 더 올려 받아도
전관 변호사에 사건 수임 몰려
변호사 업계 소득 양극화 심화

변협 "대법원 '기획판결' 의혹"
"상고법원 반대한 변협 압박 위해
형사사건 성공보수 금지소송에 개입
변협, 판결 취소에 전방위 노력"



[ 고윤상 기자 ]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금지 판결을 취소하기 위한 변호사업계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반대한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압박하기 위해 변호사 성공보수 문제점을 검토한 내용이 담긴 문건이 불러온 ‘기획판결’ 의혹에 따른 움직임이다.

28일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형사 성공보수 금지 판결은 기획이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시장을 왜곡하는 잘못된 규제인 만큼 판결 취소를 위해 협회 차원에서 전방위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판결 후 3년이 지난 현재 법률시장은 대법원 판결의 ‘선한 의도’대로 바뀌었을까. 한경 취재 결과 현장에서는 전관예우를 심화하고 법률 소비자의 부담을 키우며 청년 변호사의 어려움을 고착화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3년 지나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

2015년 7월2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민법 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라는 규정을 적용해 형사 성공보수 약정을 금지했다. 대법원은 “수사·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함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한다”며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성공보수는 전관예우 심화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성공보수 약정 금지가 형사 절차의 신뢰도를 높이고 변호사의 공공성을 강화할 뿐 아니라 전관예우 해소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공보수를 받던 당시 통상 부장검사나 부장판사 출신급 변호사는 형사사건으로 1000만~2000만원의 착수금을 받았다. 여기에 성공보수가 더 붙는 구조였다. 전관 출신이 아닌 변호사는 1000만원 내외의 착수금을 받고 착수금만큼의 성공보수를 계약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성공보수 규정이 금지된 이후 전관 출신들은 아예 성공보수를 착수금에 더해 받는 방법을 관례화했다. 2000만~3000만원으로 착수금 자체가 올라간 것이다. 의뢰인들이 ‘성공보수가 없어 열심히 안 할 것 같은’ 비(非)전관 변호사를 찾을 바에야 ‘더 잘할 것 같다고 생각되는’ 전관 변호사에게 돈을 더 쓴다는 이야기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대법원 명분과 달리 판결 후 법률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고액의 변호사 비용을 지급하는 피해를 보고 있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사건을 이기고 싶은 의뢰인이 전관을 찾아가 계약하려고 하면 성공보수금까지 포함된 착수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관을 찾는 법률 소비자들의 ‘심리’는 바꿀 수 없는 만큼 소비자 부담은 과거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착수금에 성공보수가 포함되는 구조로 바뀐 현재 상황에서 보면 의뢰인으로서는 결과에 대한 위험 부담을 혼자 책임지게 됐다.

◆청년 변호사들에게도 악영향

또 다른 문제는 성공보수 금지가 법률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대형 로펌 형사팀은 ‘굵직한’ 형사사건만 주로 맡아왔다. 고액의 형사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형사 성공보수 규정이 사라지면서 ‘시간제 후불 정산’으로 체계가 바뀌었다. 결과가 안 좋을 땐 실제 일한 시간만큼 의뢰인에게 청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자연스레 수익이 악화되면서 수임 범위 확대 전략을 취했다. 한 대형 로펌 형사팀 변호사는 “수익 악화로 인해 과거에는 안 맡던 성 관련 사건이나 작은 형사 사건도 일단 맡는 추세”라며 “성공보수가 사라진 데 따른 풍선효과”라고 설명했다.

대형 로펌의 수임 범위 확대는 청년 변호사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착수금은 낮추고 성공보수를 높여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비전관 출신들의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청년 변호사들로서는 가격 경쟁력을 통한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각 법률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미국과 영국은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 형사 성공보수 약정이 원칙적으로 금지다. 독일은 피고인이 성공보수를 통해 권리 추구가 가능할 때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유럽연합(EU)은 승소액에 비례한 보수 약정을 포괄적으로 규제할 뿐 성공보수는 규제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은 성공보수 약정이 가능하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성공보수 약정 금지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변협이 제기한 헌법소원의 선고기일을 3년 만에 잡았다가 돌연 연기했다. 지난 26일로 잡혀있던 선고 날짜가 연기된 배경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기획판결 의혹’ 때문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변호사업계는 헌재의 선고 연기를 놓고 성공보수 약정 금지의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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