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시진핑의 사드보복 철회 약속 8개월
단체관광 급감, 개별관광만 소폭 늘어
직격탄 맞은 롯데는 중국 사업 '초토화'
한한령도 여전…K팝·드라마 찬바람
[ 안재광/이선우 기자 ]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은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
중국에 진출한 한 한국 대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작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사드 보복 철회를 공식화한 지 8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사드 보복 조치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아직 허용하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집중 타깃이 된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사실상 사업 중단 상태에 이르렀다.
중국인 관광객 여전히 ‘반토막’
작년 12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국내 기업들의 기대는 컸다. “사드 보복이 바로 끝나진 않더라도 점진적으론 풀릴 것”이란 전망이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사드 보복 해제는 가시화된 게 없었다. 작년 3월 중순 이후 뚝 끊긴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작년 3월 중순 한국 패키지관광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시킨 뒤 1년5개월이 지나도록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사드 보복 조치 이전 작년 2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약 59만 명에 달했다. 올 들어선 월평균 30만 명대 수준이다. 그나마 개별 관광객(싼커)이 증가해 작년 월 20만 명 수준에서 회복한 게 이 정도다. 한국관광공사 중국팀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올 들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이는 단체가 아니라 개별 관광객(FIT) 증가에 따른 것”이라며 “단체 관광이 재개돼야 예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커가 최대 ‘큰손’인 국내 면세점은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 위주로 영업 전략을 바꿨다. 중국에서 한국 면세품 수요는 여전한데 단체 관광이 꽉 막히자 따이궁이 대량으로 물건을 떼가 중국에서 재판매하고 있어서다. 면세점업계에선 따이궁 시장 규모만 연 5조원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이궁이 대량 물품 구입에 따른 할인 혜택을 크게 받는 데다 면세점들이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송객 수수료를 높게 지급하기 때문이다.
롯데는 중국서 사실상 전면 철수
사드 보복이 철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롯데는 두 손을 들었다. 중국 내 110개 매장(슈퍼 11개 포함)을 운영했던 롯데마트는 74개 점포가 소방점검 등의 빌미로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자 모두 매각하거나 폐점하기로 했다. 중국 내 법인 4개 중 2개 법인(화북법인, 화동법인) 매각을 지난 5월 결정하고, 중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내 백화점 사업도 정리하기로 했다. 5개 점포 중 임차 계약을 맺고 있는 톈진 2개 점포와 웨이하이점 등 세 곳을 우선 철수 대상으로 정하고 영업권 양도 등을 논의하고 있다. 백화점까지 폐점하면 롯데는 중국에서 유통 사업을 모두 철수하게 된다.
K팝·드라마·웹툰 재진출도 ‘감감’
중국 영화 시장에서 활동하던 한국 콘텐츠업체들도 사드 보복으로 대부분 철수한 뒤 아직 재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들은 중국에서 ‘불법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김상현 한국콘텐츠진흥원 베이징비즈니스센터장은 “문화콘텐츠 분야에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진 지 2년이 돼가고 있지만 해제 기미는 없다”며 “일부 한국 드라마는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한 채 불법 다운로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최근 중국 웨이보에서 8억8000만 뷰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모두 ‘무단 사용’이다. 각종 포털에서 한국 웹툰도 공짜로 소비되고 있다. 과거엔 ‘한국웹툰 카테고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K팝 음원은 큐큐뮤직 등에서 서비스되고 있지만 사용료를 거의 못 받고 있다. K팝 공연 및 팬미팅 등은 완전히 사라졌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한한령 이후 중국에서 공연한 K팝 가수는 전혀 없다”고 했다. 중국에서 활동하던 한국 연예인 장나라, 이광수, 홍수아, 추자현, 박해진 등도 한국으로 돌아와 드라마와 영화, 예능프로그램 등에 출연하고 있다. 한·중 합작영화를 제작했던 CJ ENM 등 투자제작사 및 일부 제작사 등도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 게임업체들은 작년 3월부터 중국에 신작 게임을 한 건도 출시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유통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서다. 같은 기간 한국산을 제외한 외국산 게임이 400건 허가된 것과 대조적이다.
안재광/이선우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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