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 6개월 맞은 롯데그룹이 투자 지연으로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주요 의사 결정이 사실상 '올스톱' 되면서 그동안 롯데의 성장 동력이던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 등이 무기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2016년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미국 액시올 사(社) 인수를 포기하면서 투자 기회를 놓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액시올은 폴리염화비닐(PVC), 염소, 가성소다 등을 주력으로 하는 화학업체다.
롯데케미칼은 액시올을 인수해 글로벌 12위 화학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전방위적인 검찰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롯데는 업체와의 원활한 인수협상과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끼고 결국 인수 추진 계획을 접어야 했다.
이후 액시올 사는 롯데가 인수하려던 금액보다 더 높은 금액(약 4조4000억원)으로 미국 웨스트레이크 사에 인수 합병됐다.
웨스트레이크는 액시올과의 합병 후 기업가치가 급등했다. 액시올도 2016년 8월 말 주당 51달러 수준이던 주가가 현재 두 배까지 뛰었다.
롯데가 우려하는 것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투자 적기를 잇달아 놓침에 따라 장기적으로 사업 전반에 타격을 입는 것이다.
신 회장은 구속 직전까지 1년의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해외 사업장을 직접 챙겨왔다.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이나 정보 교류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 회장의 부재 상태가 길어지면서 롯데는 글로벌 사업 기회에 대해 신속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어려워진 상태다.
롯데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롯데가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롯데가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했으며 지주사 체제를 완전히 갖추기 위해서는 편입 계열사를 확대하고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들을 정리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롯데는 지주사 출범 후 2년 내 정리해야 하는 금융 계열사 지분 처분작업을 첫발 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내년 10월까지 기한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룹 핵심사업 중 하나이므로 총수의 직접적인 관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신 회장의 법정 발언에도 이런 절박감이 반영돼 있다.
신 회장은 지난 17일 항소심 공판에서 "재계 5위 롯데그룹을 이끄는 회장으로서 본연의 일을 6개월째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일자리를 제공해왔지만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도, 투자 계획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2~3년간 압수수색과 재판으로 임직원의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다. 저에게 다시 한 번 일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신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의 항소심 선고는 구속기한 만료 전인 10월 초에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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