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금메달 선배' 박결의 조언
임희정·정윤지·유해란 선수 응원
"국제대회 경험은 소중한 자산
매순간 집중하면 좋은 결과 나와"
[ 조희찬 기자 ]
“갤러리 없이 경기하다 갑자기 전 국민이 지켜보는 세계적 대회잖아요. 정말 떨리고 긴장될 텐데….”
24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이 열리는 강원 정선 하이원CC에서 만난 박결(22·삼일제약)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후배들 이야기가 나오자 ‘아’ 하고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임희정(동광고3)과 정윤지(현일고2), 유해란(숭일고2)으로 이뤄진 여자골프 국가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가 열리는 인도네시아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금빛 스윙’ 중이다. 박결은 “올림픽이 프로선수들의 경기라면 아시안게임은 세계 최고 아마추어 골퍼들이 모이는 ‘아마추어 올림픽’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골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박결은 후배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중압감을 누구보다 잘 안다. 박결은 당시 2회 연속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한 유소연(28) 등 쟁쟁한 선배들의 뒤를 이어 태극마크를 달았다. 주변에서 생각하는 골프는 양궁처럼 금메달이 당연했다. ‘세계 최강’ 여자골프는 특히 더 그랬다. 하지만 전 종목 석권을 노리던 한국은 인천 대회에서 골프에 걸린 4개의 금메달 중 한 개를 박결이 겨우 가져왔다. 여자 단체전과 남자 개인·단체전은 모두 은메달이었다.
박결은 “한국 여자골프는 양궁처럼 국내 선발전이 본 게임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평이 있었고 그 경쟁을 뚫어 큰 영광이었다”며 “하지만 아시안게임 대회 수준 역시 상당했다. 압박감이 엄청났고 제 실력을 펼치기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지금 후배들은 한층 더 성장한 상대와 싸워야 한다. 태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 여자골프 수준도 아마추어에선 우리와 대등 혹은 그 이상으로 올라왔다”고 분석했다.
박결은 후배들이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국제대회에서 뛴 소중한 경험을 오래 간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또 부담을 떨쳐낸다면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결은 “부담을 잔뜩 안고 경기한 첫날 부진했다가 단체전 결과에 집중한 둘째날부터 스코어를 대폭 줄였다”며 “설사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그 경험은 프로에 와서도 큰 자산이 된다”고 했다. 이어 “후배들이 많이 배우고 왔으면 좋겠고 국민도 성적과 관계없이 어린 선수들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결은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준우승 두 번을 했고 지난 보그너MBN오픈에선 모처럼 ‘톱10’에 들었다. 아직 기다리던 우승이 없지만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그는 “주변에서 우승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일단은 꾸준히 1부 투어에서 생존하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하다”며 “프로에 오니 아시안게임처럼 긴장의 연속이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다 보면 언젠간 바라던 우승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릴 예정이던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2라운드는 제19호 태풍 솔릭이 몰고온 악천후로 취소됐다. 대회는 25일 오전 재개하고 54홀로 축소 운영된다.
정선=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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