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카페
플랫폼서 콘텐츠까지 한국시장 흔드는 넷플릭스
'미스터 션샤인'으로 주말 안방극장 접수
철저한 고객 데이터 기반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경험·서비스 제공
한국 IPTV업계 본받아야
최근 한 케이블채널에서 방송하는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의 인기가 뜨겁다. 시작부터 케이블채널 역사상 처음으로 1회 시청률 8.9%를 기록하고 최근에는 17.7%로 지상파를 포함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성공의 원인에는 먼저 도깨비, 시크릿 가든, 파리의 연인 등을 쓴 작가의 시나리오도 꼽히지만 영화 같은 세트의 규모와 디테일, 연인원 1만 명의 보조 출연자 등 풍부한 물량도 언급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에는 한 회당 18억원 이상 총 43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이런 규모는 드라마를 제작한 스튜디오 드래곤이 CJ의 자회사임을 감안해도 쉽지 않다. 구체적인 숫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드라마의 독점적 해외 배급권으로 약 300억원 이상을 지급한 넷플릭스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시장을 흔들고 있다.
2013년 첫 번째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성공 이래로 넷플릭스는 단순한 미디어 플랫폼 회사를 넘어섰다. 2018년 한 해 콘텐츠 제작과 확보에만 80억달러(약 8조95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으며, 미국 방송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에미상’에서 전통의 강자 HBO의 108개보다 많은 112개 작품을 수상 후보작으로 올렸다.
단순한 미디어 플랫폼 회사에서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막강해진 넷플릭스 때문에 SK브로드밴드 등 한국 인터넷TV(IPTV)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소비자 요구를 감안해 넷플릭스와 제휴를 진행해야 하나 종국에는 넷플릭스에 소비자를 빼앗길 것 같은 우려 때문이다.
플랫폼은 끝없는 확장성 때문에 결국에는 플랫폼끼리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 수평적 확장 경쟁에서 이기는 길은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다. 나만을 위한 플랫폼이 돼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때 치열한 플랫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넷플릭스가 2007년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이미 그 시장에는 아마존이 언박스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진출해 있었다. 아마존은 콘텐츠 숫자에서도 훨씬 더 넷플릭스를 압도하고 있었지만 넷플릭스는 소비자 데이터에 기반해 정교한 ‘시네매치’라는 영화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이 같은 맞춤형 서비스로 언박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이후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해 기존 콘텐츠 제작사들이 콘텐츠 공급 비용을 올렸을 때도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2013년 에미상을 거머쥐었다. 이 모든 경쟁과 성공의 뒤에는 데이터가 있다. 데이터를 통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경험을 제공하는, 넷플릭스의 데이터에 대한 집요함이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IPTV업계는 넷플릭스 콘텐츠만을 봐서는 안 된다. 그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 넷플릭스의 확신과 그 확신을 만든 데이터에 대한 집요함과 경쟁력을 걱정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SK브로드밴드가 460만 가입자 각각의 초기화면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언제까지라고 이야기하지 않은 점이 아쉽지만 고객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싶다. 문제는 시간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하급수적 변화의 시기이고, 산업과 시장의 경계는 생각보다 빨리 허물어지고, 죽을힘을 다해 뛰어야 제자리인 시대다.
어떻게 뛸 것인가? 어쩌면 2006년 186개국 4만 개 팀이 참가해 넷플릭스 시네매치 알고리즘 고객 만족도를 10% 올린 ‘넷플릭스 경진대회’처럼 외부에 답이 있을 수 있다.
전창록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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