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락근 지식사회부 기자) “가슴이나 엉덩이를 툭툭 치거나 교복 치마 속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볼과 입술에 키스를 했다. 창녀, 돼지 등 단어를 써가며 인격모독뿐만 아니라 ‘나는 네 속이 궁금해’, ‘엉덩이가 찰지다’ 등 성희롱을 했다….”
지난 3월 서울 노원 용화여고의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폭로한 성폭력 사건의 내용입니다. 학교 창문에 ‘#위드유(#Withyou)’, ‘위 캔 두 애니씽(We Can Do Anything·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어린 여자 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등의 문구가 담긴 포스트잇을 붙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2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용화여고는 이 사건과 연루된 교직원 19명에 대해 징계를 내렸습니다. 파면(1명), 해임(1명), 계약해지(1명), 정직(3명) 등 중징계도 포함됐는데요. 이는 지난 6월 교육청이 성폭력 가해자로 경찰 수사를 받은 교사들에 대해 파면(1명)과 해임(2명), 정직(1명), 경징계나 경고 처분(12명)을 요구했던 것을 많은 부분 수용한 결과입니다.
이번 징계 결정을 두고 교육계 안팎에서는 ‘사립학교 치고 생각보다 중징계를 내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여태까지 여러 사립학교들은 소속 교직원들이 성비위를 저질렀을 때 중징계보다는 사건을 은폐하거나 경고, 보직 변경 등 가벼운 징계를 내리는 데 그쳐 비판을 받아 왔었기 때문인데요. 현행 법상 국·공립교원의 징계에 대해서는 교육공무원 징계양정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사립학교 교원에 대해서는 해당 징계기준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립학교들은 문제 교직원들에 대해 ‘재량껏’ 징계 여부를 판단해 왔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립학교들도 ‘스쿨미투’ 연루자들에 대해 무거운 처벌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더 이상 성폭력을 용납하지 않는 쪽으로 사회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데다, 교육부 역시 관련 법과 제도를 점검하기 위해 두 팔 걷어붙였기 때문인데요. 지난 5월 교육부는 성비위를 저지른 사립학교 교직원들에 대해서도 국공립학교 교직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징계받을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시행령 등 징계관련 법령·제도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교육부는 교직원이 성비위를 저질렀을 때 본인뿐만 아니라 이를 고의로 은폐하거나 대응하지 않는 소속기관도 징계 대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라고 합니다.
사립학교 교직원들은 잘못을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 이 기회에 바뀔 수 있을까요? (끝)/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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