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 시장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면서 뉴욕 시장에서 금리가 상당폭 떨어지고 증시는 올랐습니다.
한 달 뒤로 다가온 9월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10년물 금리가 3%대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사상 최대 규모의 숏포지션을 취했던 헤지펀드들이 위기에 빠졌습니다.
이들이 한꺼번에 숏커버링에 들어가면서 10년물 수익률이 2.6%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채권 금리가 이런 수준까지 떨어지면, 뉴욕 증시는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35% 올랐습니다. 채권 시장에선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5.0bp 내린 2.823%를 기록해 지난 5월29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2년물 수익률은 전일보다 2.9bp 하락한 2.591%로 마감됐습니다.
이날 채권 금리는 지난주 말 ‘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탈 최고경영자(CEO)의 경고에 따라 초반부터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건들락은 트위터에 "10년과 30년물 미국 국채시장의 숏포지션(매도)이 대폭 증가해 둘 다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거 있다"며 "이는 상당한 스퀴즈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16일 10년물 국채 선물에 대한 약세 베팅이 강세 베팅보다 69만8000개 더 많게 나타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향후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본 헤지펀드들이 숏포지션을 취한 겁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대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손해를 줄이기 위한 반대 매매, 즉 숏커버링이 일시에 나타나면서 지난 석달간 2.8~3.0대를 오가던 10년물 금리가 2.6%대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실제 이날 이같은 숏포지션을 정리하는 움직임이 감지됐습니다.
이런 움직임에 불을 붙인 게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장 후반 나온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Fed의 금리 인상에 대해 “금리 인상이 기쁘지 않다. Fed는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한다. 나는 Fed의 도움을 좀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Fed가 금리를 올리면 지속적으로 비판하겠다고 압박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한 후원금 모금 행사에서도 Fed의 금리 인상을 비난하고, 파월 의장을 공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싼 돈(cheap money)'을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의장 취임 이후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는 겁니다.
이런 보도에 금리 하락폭은 더 커졌습니다. 파월 의장이 9월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리겠지만, 12월부터는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는 ‘설’도 나돌았습니다.
채권에 숏포지션이 몰려있는 만큼이나 달러엔 롱포지션(매수)이 쏠려있습니다. 건들락은 지난 주말 "국채에 엄청난 숏포지션이 있는 것과 반대로 달러에 대해선 대규모 롱포지션이 있다"며 지적했습니다. 달러에 대한 순 롱베팅은 2017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트럼프는 강달러도 공격했습니다. Fed의 금리 인상과 함께 중국과 유럽연합(EU)이 환율조작을 하고 있다고 또 다시 비난한 겁니다.
이날 달러인덱스는 0.3%나 떨어져 95.690을 기록해 다시 95대로 떨어졌습니다.
채권에 숏, 달러에 롱 포지션을 취해놓은 많은 헤지펀드들은 난감하게 됐습니다.
올해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들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음에도 정작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은 0.81%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수익률 2.65%보다 훨씬 낮습니다.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데이비드 아인혼의 그린라이트캐피털은 올들어 투자수익률이 –15%에 달하는 등 고전하며 운용자산이 2014년 120억달러에서 약 55억달러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헤지펀드 업계 스타인 빌 에커먼도 허벌라이프 투자 등에서 잇따라 실패하면서 자금 이탈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