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 우승…세계랭킹 1위 복귀
살라스, 18번홀 1m 버디 놓쳐
우승 기회 다시 잡은 박성현
연장 첫홀 5m 버디로 '쐐기'
실력 못잖은 강한 멘탈 뽐내
"세계 1위 오래 지키고 싶어"
시즌 3승…다승 공동선두로
[ 조희찬 기자 ]
20일(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브릭야드 크로싱GC(파72·645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 최종일 18번홀(파4). 박성현(25·KEB하나금융)과 동타를 기록 중이던 리젯 살라스(미국)는 1m가 조금 넘는 ‘챔피언 퍼트’를 놓고 한참 동안 고심했다. 버디를 넣으면 1타차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어드레스를 취했다가 푼 그는 퍼터 그립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 뒤에야 겨우 스트로크했지만, 공은 홀컵을 외면하고 오른쪽으로 흘렀다.
이어진 연장전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번 버디 퍼팅의 주인공은 살라스가 아니라 박성현이었다. 살라스의 챔피언 퍼트보다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우승 기회를 잡은 박성현은 스트로크까지 긴 시간을 들이지 않았다. 라인을 확인한 뒤 과감하게 퍼트했고 공은 홀 한가운데로 빨려들어갔다.
정상급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격차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지만, 그 차이를 극복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박성현은 확실히 이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4타를 줄였고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동타를 기록한 살라스와 돌입한 연장전 첫 홀에서 버디를 낚아채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현, 세계랭킹 1위 복귀
박성현은 지난달 1일 끝난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이후 한 달 만에 시즌 3승째이자 개인통산 5승째를 수확했다. 그는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함께 시즌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상금랭킹 2위(121만4262달러)를 기록했다. 2년 연속 상금 100만달러를 돌파한 그는 ‘올해의 선수’ 경쟁에서도 쭈타누깐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또 박성현의 우승으로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이 합작한 LPGA 우승 횟수는 8승으로 늘어나 두 자릿수 승수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박성현은 지난해 11월 펑산산(중국)에게 밀려 세계랭킹 1위 자리에서 내려온 뒤 9개월 만에 왕좌를 되찾았다. 박성현은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쭈타누깐이 6위 이하의 성적을 내면 세계랭킹 1위 자리 탈환이 가능했다. 쭈타누깐은 18언더파 270타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성현은 “생각지도 못한 우승이라 기쁘다”며 “작년에 처음 (세계랭킹) 1위가 되고 1주일 만에 내려왔고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 유지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주 캐나다여자오픈에서 곧바로 타이틀 방어도 해야 하는 그는 “캐나다는 왠지 모르게 그냥 느낌이 좋다”며 “아직 코스를 몰라서 코스 파악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회 오면 놓치지 않는 ‘승부사’
박성현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뛸 당시 역전패를 자주 당해 ‘새가슴’이라는 오명을 썼다. 이번 대회 살라스와 같은 조연의 설움을 숱하게 겪은 그다.
하지만 이번 주와 지난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박성현이 보여준 경기력은 180도 달랐다. 두 번의 연장전에서 모두 승리한 그는 ‘멘탈’을 포함한 전체적인 골프 실력이 세계 정상에 도달했음을 증명했다. 당시 대회 최종라운드 16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해저드로 향했는데, 공이 턱에 걸려 간신히 벌타를 면했다. 박성현은 세 번째 샷을 홀 옆에 붙였고 파로 세이브하는 위기 탈출 능력을 보여줬다. 박성현이 무너지지 않자 당시 선두였던 유소연(28)이 17번홀(파3)에서 2타를 잃으며 리드를 빼앗겼다. 박성현은 이어진 연장전에서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넣으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박성현은 이번주에도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가며 상대가 무너지길 기다렸다. 보기 없이 라운드를 마쳤고 뒤이어 선두를 달리던 살라스가 흔들리게 됐다. 살라스는 이날 17번홀(파4)에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티샷을 왼쪽으로 감았고, 결국 보기로 1타를 잃으며 공동 선두로 내려왔다. 18번홀에서 살라스가 우승 기회를 놓치자 박성현은 이어진 연장전에서 버디를 낚아채며 또 한 번 찾아온 기회를 양보하지 않았다.
살라스는 2014년 킹스밀 챔피언십에 이어 4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으나 막판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양희영(29)은 이날 3타를 줄였고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 3위를 기록했다. 고진영(23)이 20언더파 268타 4위, 이미향(25)이 18언더파 270타 공동 7위에 오르는 등 한국 선수들이 대거 상위권에서 대회를 마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