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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시사한자] 流(흐를 류) 火(불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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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시사한자] 流(흐를 류) 火(불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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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류화(七月流火)’라는 표현이 있다. 상당수는 ‘뜨거운 한여름의 끓는 듯한 더위’로 푸는 경우가 있다. 글자 뜻만 보고 생각해서다. 사실은 그 반대다. 아주 무더웠던 여름의 날씨가 다음 차례의 가을 기운에 자리를 내주는 때를 말한다.

중국의 오랜 옛 시가 모음집 《시경(詩經)》에 등장한다. 여름이 끝나고 닥치는 가을의 초입인 음력 7월에 더위를 상징했던 별인 화성(火星)이 서쪽으로 흘러 자리를 비키는 때를 말하면서다. 한여름의 펄펄 끓는 더위로 이 말을 풀었다가 “무식하다”는 핀잔을 받는 때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流火(류화)라는 단어는 유성(流星)과 동의어로 쓰일 때도 있으나 원래는 이렇게 뜨거웠던 여름의 더위가 자리를 비켜 곧 가을이 오는 무렵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 천후(天候)에 빗대 표현한 비슷한 말이 풍성하다.

우선 노량(露凉)이다. 이슬(露)의 조짐이 보여 서늘해지는(凉) 시절이라는 표현이다. 만염(晩炎) 또는 만열(晩熱)로도 적는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맥락이다. 가을 초입에 일찌감치 큰 잎사귀를 땅에 떨어뜨리는 오동나무에 빗대 지은 이름은 동월(桐月)이다.

가을 초입이라는 맥락에서 적는 말은 맹추(孟秋), 더위는 남아 있으나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는 기온을 가리킬 때는 미랭(微冷)으로 적는다. 비로소 서늘해졌다는 의미에서는 신량(新凉), 오이 등이 잘 익는 계절이라서 과기(瓜期)로도 부른다. ‘과기’는 옛 스토리와 관련이 있어서 때로는 ‘관원들이 자리를 교대하는 때’의 뜻이 있다.

아무튼 모두 지나가는 법이다. 맹렬하고 강력한 한반도의 더위 또한 마찬가지다. ‘강한 화살도 떨어질 때는 별 볼 일 없는 법’이라는 강노지말(强弩之末)의 성어를 떠올리면 좋다. 추위가 닥치면 더위는 자연스레 자리를 비킨다는 한래서왕(寒來暑往)도 그렇다.

절후(節候)의 변화에 맞춰 다음을 대비하는 일이 늘 필요하다. 일엽지추(一葉知秋)는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를 보고 가을이 닥쳤음을 안다는 뜻의 성어다. 앞으로 닥칠 그 무엇의 조짐을 우리는 잘 읽고 있는가. 이 가을의 문턱에서 생각해 볼 일이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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