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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LG전자 응원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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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IT과학부 기자) “저는 진짜로 LG전자가 잘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에서 두 개 회사 정도가 버텨주고 잘해야지…. 중국과 경쟁을 하려면 상승효과도 있어야 하고요.”

이 말을 한 사람은 다름아닌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사장)입니다. 지난 10일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9 공개행사가 열린 뒤 한국 기자들과 만나서 했던 얘기입니다.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한 기자가 “LG전자에서도 스타일러스펜을 내장한 Q8이 나왔는데 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갤럭시노트9 공개행사 전날 LG전자는 스타일러스펜을 내장한 중가형(출고가 53만9000원) 모델 Q8 출시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고 사장은 LG전자에서 펜이 달린 제품이 나왔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 눈치였습니다. 행사 직전에 발표됐기 때문에 보고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고,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노트9과는 목표 고객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고 사장은 멋쩍게 웃으며 “LG전자에서 (펜이 달린 제품이) 나온 건 몰랐는데 한 번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고는 금세 표정을 바꿔서는 “LG전자가 잘 되길 바란다”는 얘기를 꺼낸 겁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국 전자업계를 대표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기업이자 오랜 라이벌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두 회사의 위상 차이가 상당합니다.

삼성전자가 줄곧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반면 LG전자는 중국 업체들에 밀려 10위권 언저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의 MC사업본부는 13분기 연속 적자 상태입니다.

고 사장이 ‘승자의 여유’에서 LG전자의 ‘파이팅’을 바란 것은 아닙니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삼성전자가 언제까지나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화웨이는 올해 2분기 15.5% 점유율로 애플을 밀어내고 분기 점유율에서 처음으로 2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내년 4분기에는 삼성전자까지 꺾고 1위를 차지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분기 0.8%까지 추락했습니다.

고 사장은 기자간담회 막바지에 “중국 업체와 힘든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라며 “외롭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는 “국내 경쟁사들이 더 잘되기를 바라는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동안 TV, 가전 등 전 영역에 걸쳐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함께 성장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열띤 경쟁을 벌이며 세계 시장을 호령하길 기대합니다. (끝) /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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