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 없인 미래 없다
무용지물 된 스마트 모빌리티
美선 '저속 자동차' 규정 신설
주행법·보험·면허 등 세부안 마련
[ 이수빈 기자 ] 세계적으로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 등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스마트 모빌리티 이용을 엄격히 규제해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15년 4000억원 규모였던 세계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이 2030년에는 약 69배인 22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내에선 스마트 모빌리티가 천덕꾸러기 신세다. 현행법상 일부 전기 자전거를 제외한 대부분 스마트 모빌리티 제품은 오토바이처럼 ‘원동기 자전거’로 분류돼 차도에서만 달릴 수 있다.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리는 차도에서 스마트 모빌리티를 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그렇다고 스마트 모빌리티를 인도 또는 자전거 도로에서 타면 불법이다. 적발되면 3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결국 공터, 공원에서만 스마트 모빌리티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전기 자전거의 경우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지난 3월22일부터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모든 전기 자전거에 적용된 것은 아니다. 사람이 페달을 밟아 바퀴를 돌릴 때만 전기모터가 동력을 보조해주는 ‘PAS(pedal assit system)’ 방식 자전거만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로 인정된다. 가속기 레버를 이용해 전동기 힘으로 움직이는 ‘스로틀’ 방식 전기 자전거는 여전히 원동기 자전거에 해당돼 원동기 면허를 취득하고 자동차 도로에서만 달려야 한다.
같은 PAS 자전거라도 아마존, 알리바바 등 해외사이트에서 직접구매(직구)한 제품, 전동기 키트 등을 이용해 조립한 제품은 국내 안전검사 미통과를 이유로 자전거 도로 통행이 금지된다. 국내에선 사실상 스마트 모빌리티를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반면 미국에서는 법안을 개정해 스마트 모빌리티는 ‘저속 자동차’로 새롭게 분류하고, 주행방법 면허 보험 등 세부적인 규정도 마련했다. 호주에서도 보도와 자전거 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모빌리티 이용부터 어려우니 시장이 제대로 성장할 리 만무하다”며 “국내 업체들이 일본, 중국 등 해외 경쟁업체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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