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관문이자 교통 요지
2000량 객차 수용 '경성 조차장'
지금도 여객열차·변전소 등 몰려
수색은 北으로 가는 경의선 출발지
재개발 가속…중심도시 도약
수색차량기지 개발해 업무지구로
롯데와 'DMC 쇼핑몰' 건립 탄력
고양~종로 잇는 은평새길 조성
서북부 광역 거점으로 발돋움
[ 박진우 기자 ]
서울 은평구는 과거부터 교통의 요지다. 일제강점기에는 전국에 다섯 군데 지어진 조차장 중 경성조차장이 수색역에 있었다. 1940년대 한국에서 가장 큰 정거장으로 한 번에 2000량의 객차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시설이었다. 평안북도 의주에서 내려오는 경의선이 처음 서울에 진입하는 관문이 은평구 수색이기도 했다. ‘철도기관사들의 관사’ 약 70동이 이곳에 들어서 있던 이유다. 지금도 KTX와 무궁화호 등 여객열차가 모이는 수색차량사업소, 서울차량사업소가 있다. 철도 운영을 위한 수색변전소와 한국전력 관사도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이유로 1950~1960년대 수색은 서울에서 가장 활발한 상권 중 하나였다.
지금은 그들이 살던 주택만 그대로 남았다. 그때 들어온 주민이 남아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은평구가 서울 자치구 중 어르신 비중이 세 번째로 높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강남 등 다른 지역이 서울 중심지로 꽃피우는 동안 기업도 은평구에 들어오지 않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수색 상권을 이끌던 차량기지와 수색변전소가 낙후되거나 혐오시설로 인식되면서 오히려 은평구의 발목을 잡았다. 이제는 기찻길 너머 상암동 일대 주민이 수색역세권 재개발을 원하고 있을 정도다.
수십 년간 정체된 은평구가 수색역세권을 중심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은평뉴타운과 한옥마을, 불광역 근처에 있는 서울혁신파크,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연계하는 수색역-DMC역 일대 개발로 서울 서북구 광역 거점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 끌어들여 수색역세권 개발
‘수색역 일대 광역거점 발전계획’은 수색역세권 개발의 핵심이다. 지난 6월27일 수색·DMC역 주변지역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안이 수정가결되면서 사업이 확장됐다. 수색동 일대 12만9000㎡이던 시유지 중심의 수색·DMC역 주변지역 지구단위계획 구역을 인근 주택가까지 포함한 31만2648㎡로 늘린 것이다. 오랫동안 은평구에 있었던 수색역 차량기지 부지(17만2000㎡)와 철도 정비시설 부지(11만6000㎡) 등에 대한 개발계획이 포함됐다. 광역거점 발전계획 내용은 이달 중 용역을 통해 발표된다. 용역은 완료됐고, 결과 검토가 진행 중이다. 코레일도 대체부지 마련에 나섰다.
수색변전소와 송전철탑도 지하화된다. 은평구와 서울시, 한국전력이 논의해 지난 3월 개발계획을 고시했다. 수색변전소 지하화 및 봉산철탑 8개 철거에 따른 사업비는 65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기본계획을 수립해 내년 착공한다.
차량기지 등을 이전하고 남은 땅은 쇼핑몰과 상업시설, 문화시설 등을 갖춘 복합단지로 개발된다. 수색역세권 개발이 DMC역 인근에 들어서는 상업지구 상권 활성화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평가다. 수색역세권 개발구역 가운데 DMC역 부지(3만5000㎡)는 지난해 10월 롯데쇼핑이 개발사업자로 선정됐다. 상업지구에 있는 ‘I-3, 4, 5’ 부지를 롯데쇼핑이 매입해 복합쇼핑몰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700m 인근 수일시장 상인뿐 아니라 2㎞ 밖 망원시장 소상공인과의 협의를 거쳐 상생협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에는 증산동 특별계획구역(SPOTV) 세부개발계획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원안 가결됐다. 지하 5층~지상 15층 규모의 SPOTV 사옥이 들어선다. 인근 삼표레미콘 부지는 다음달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중 지하 7층~지상 29층 규모의 본사 건립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미 업무지구로 탈바꿈한 상암DMC와 수색증산재정비촉진지구 간의 연계를 위해 철도 밑을 뚫는 지하차도가 건설된다. 지금은 상암DMC와 수색 구간이 공항철도로 단절된 상태다. 마포구 성암로와 은평구 수색로를 잇겠다는 게 은평구 목표다. 유일한 상암DMC와의 연결 길인 기존 수색역 ‘토끼굴’(지하보행로)도 확장한다.
제2통일로 ‘은평새길’ 추진
은평구에서 서울 중심가로 향하는 가장 큰 도로는 통일로다. 서북권과 도심을 연결하는 유일한 간선도로지만 우회도로가 없어 상습적인 교통정체구간으로 꼽힌다. 은평구는 통일로의 정체를 완화하기 위해 은평뉴타운이 있는 불광동부터 상업지구로 이어지는 종로구 부암동을 직접 연결하는 ‘은평새길’을 2014년 7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왕복 4차로의 은평새길이 뚫리면 통일로 교통량이 최대 26% 줄고, 통행속도는 약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은평구 분석이다. 사업비는 2386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 은평구가 사업 진행을 위해 협의 중이다.
철도망도 잇따라 은평구로 확장되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파주~일산~삼성~동탄)가 2015년 국토교통부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돼 연신내역을 지나간다. 은평뉴타운과 고양시 삼송까지 연결하는 신분당선 서북부연장선은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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