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대한민국은 수입차 왕국
올 판매량 작년보다 18% 늘어
배출가스 조작 2년간 판매 중단
아우디폭스바겐 복귀 후 돌풍
파격 할인 내세워 젊은층 유혹
귀족노조 반감에 국산차 기피도
[ 박종관 기자 ] 올초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수입차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는 14만109대가 팔려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6월까지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는 201만5455대로, 처음으로 200만 대 문턱을 넘어섰다. 이 같은 판매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30만 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를 단순한 ‘탈 것’ 이상의 사치재로 대하는 국내 소비자 성향이 수입차 업체들의 치열한 할인 경쟁과 맞물려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日보다 수입차 점유율 세 배 높아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수입차의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13만5780대)보다 18.3% 늘어난 16만627대로 집계됐다. 한국(지난해 승용차 판매량 152만 대)보다 자동차 시장 규모가 세 배가량 큰 일본(438만 대)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올해 같은 기간 17만3672대의 수입차가 판매됐다. 한국 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5.2%로, 일본(5.5%)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다. 2~3년 내 한국의 수입차 시장 규모가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이끌고 있다. 벤츠는 한국에서 지난달까지 4만5784대를 팔았다. 수입차 시장의 28.5%를 점유하며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BMW는 같은 기간 전년 동기보다 19.7% 늘어난 3만8527대를 팔아 벤츠를 뒤쫓고 있다.
올해는 ‘디젤게이트(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지난 2년간 판매가 중단됐던 아우디폭스바겐이 복귀하면서 수입차 시장이 더욱 과열되는 모양새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지난 4월 국내 시장에서 판매를 재개하자마자 단숨에 월간 수입차 판매 순위 3위 자리를 차지했다.
승차감보다 하차감, 기왕이면 수입차
올초부터 시작된 수입차 업체들의 치열한 할인 경쟁도 시장 성장세에 불을 붙인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벤츠는 중형 세단 E200 아방가르드 모델을 최대 1500만원 할인 판매하기도 했다. 옵션을 추가한 국산 중형차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가격이 떨어졌다. BMW도 인기 모델인 준중형 세단 320d를 1000만원 가까이 깎아주면서 맞불 작전을 펼쳤다. 아우디는 최근 준중형 세단인 2018년형 A3를 40%가량 할인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밀려드는 할인 공세에 소비자들도 국산차 대신 수입차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승차감만큼이나 ‘하차감’을 중시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는 ‘조금 무리하더라도 기왕이면 수입차’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하차감이란 차에서 내릴 때 느끼는 기분, 즉 남들과 다른 차를 운전한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뜻하는 말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의 할인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입차 시장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며 “여기에 소비자들의 과시욕구가 맞물리며 수입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할부제도도 수입차 구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원금유예 할부제도는 차값의 일부만 먼저 내고 36~60개월 뒤 한꺼번에 잔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당장 목돈이 없어도 수입차를 살 수 있어서다. 올해 수입차 개인 구매 고객 중 2030세대 비중은 40.9%에 달한다. 할부제도를 이용해 수입차를 구매하는 젊은 층 소비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일각에선 툭하면 파업을 일삼는 현대자동차 노조에 반감을 느껴 국산차 대신 수입차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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