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 긍정주의' 주목
나이키·타미힐피거·H&M 등
키 크고 깡마른 모델 대신
통통한 몸매·장애인 내세워
보정 대신 편안한 속옷 인기
[ 안효주 기자 ] 낯설지 않은 통통한 몸매, 주근깨로 뒤덮인 얼굴….
넉넉한 체격을 가진 사람부터 대머리, 까무잡잡한 피부 등 ‘사회적 미(美)의 기준’과 거리가 멀었던 이들이 패션업계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가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다. 자기 몸 긍정주의란 이상적인 미의 기준을 버리고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신체해방운동을 뜻한다. 170㎝를 넘는 키에 50㎏ 이하 몸무게, 빼빼 마른 ‘44사이즈 모델’ 대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친숙한 몸매가 패션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문신에 ‘쌩얼’… 나이키 모델 맞아?
자기 몸 긍정주의를 실천하는 대표주자는 나이키다. 나이키는 근육질의 모델을 줄이고 통통한 여성에게 자사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레게 머리를 한 흑인 남성도 내세우고 있다. 아시아인과 온몸에 문신을 한 모델도 등장시켰다. 미국 캐주얼브랜드 타미힐피거는 장애인 모델을 앞세우며 장애인이 입을 수 있는 청바지를 내놨다.
현실적인 몸매를 반영한 ‘빅사이즈’도 인기다. 빅사이즈란 여성 상의 기준 77~88 이상 사이즈를 뜻한다. 빅사이즈를 ‘플러스 사이즈’로 순화한 단어도 등장했다. 마이클코어스와 꼼데가르송은 지난해 빅사이즈 분야에 진출했고, H&M은 일부 여성 라인을 빅사이즈로 선보였다.
큰 체격을 지닌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애슐리 그레이엄은 키 175㎝, 더블엑스트라라지(XXL) 사이즈의 몸매로 슈퍼모델 반열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550만달러(약 59억원)을 벌어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7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팔로마 엘세서, 캔디스 허핀과 같은 플러스 사이즈 모델도 보그, 엘르 등 유명 패션잡지에 등장했다.
◆편안함·실용성 좇아
예쁜 체형보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도 늘고 있다. 여성 속옷이 대표적이다. 체형 보정을 위해 와이어(철사)로 가슴둘레를 옥죄던 디자인을 벗어던지고 탈착이 편한 브래지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여성 빅사이즈 속옷 세트 판매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 늘었다. 빅사이즈 부츠와 단화도 각각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착용감을 중시하는 소비가 증가했다.
국내 속옷 브랜드 비비안은 지난해 노와이어 브래지어 판매량이 전년보다 59% 늘었다고 밝혔다. 운동할 때 주로 입던 속옷 브라톱은 올여름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60% 증가했다. 답답한 브래지어 대신 민소매 티셔츠를 입듯 편하게 입을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조정윤 세종대 패션비즈니스전공 주임교수는 “패션업계가 비주류로 여기던 소비자를 세심하게 배려하기 시작했다”며 “패션업계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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