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삼성 방문
미래·상생·공정 당부한 김동연 부총리
"투자·고용 발표는 전적으로 기업에 달려
삼성, 진정성 갖고 구체적 사업계획 준비"
일자리 창출 약속한 이재용 부회장
"사회에 도움되는 가치 창출 열심히 해서
청년들 꿈 가질 수 있게 일자리 많이 만들 것"
[ 김일규/좌동욱/전예진/고재연 기자 ]
청와대가 촉발시킨 ‘투자 구걸’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한 기재부의 사전 요청에 따라 삼성은 이날 투자 및 채용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은 대신 바이오, 5세대(5G) 이동통신 등 분야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평택캠퍼스에 대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 방안을 마련해줄 것도 요구했다. 또 해외 연구개발(R&D) 비용의 세제 혜택과 핵심 기술 보호 강화를 건의했다.
◆삼성 “바이오 규제 완화” 건의
김 부총리는 이날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 측이 바이오 분야의 몇 가지 규제 개선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정부 측에선 김 부총리 외 경제부처 차관들이 참석했고, 삼성 측에선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윤부근 부회장,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사장, 노희찬·진교영 사장,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과 기재부에 따르면 고한승 사장은 미국 유럽 등 해외 임상시험 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건의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서다. 고 사장은 약가 정책 개선도 요청했다. 그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복제약)가 나오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를 30% 강제 인하해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이 힘들다”며 “해외처럼 약가를 시장 자율에 맡겨달라”고 건의했다. 김 부총리는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안정적 전력 공급 요청도
삼성은 평택단지의 안정적인 전력 확보 방안 마련도 요청했다. 삼성이 요청한 송전설비는 평택반도체 2라인 가동과 향후 3·4라인 투자에 필요한 추가 송전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2014년 평택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남쪽의 북당진변환소와 북동쪽의 서안성변환소 등 두 가지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북당진변환소는 당진시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벌인 끝에 지난해 3월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서안성변환소에서 평택 고덕변전소를 연결하는 고압 송전선로는 주민들과의 합의가 지연되면서 당초 계획한 완공 시점(2019년 6월)이 미뤄지고 있다.
삼성 측은 또 5G 등 미래 성장산업의 경쟁력 제고, 핵심산업기술 보호방안 등도 건의했다. 김 부총리는 “반도체공장 신설에 따른 추가 전력공급 방안을 적극 협의하고 국가핵심기술 추가 지정, 기술탈취 목적의 해외 인수합병(M&A)에 대한 관리 강화 등 산업기술 유출 방지에도 힘쓰겠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 부총리 직접 안내
이날 간담회는 ‘투자 구걸’ 논란으로 다소 어수선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시종일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게 참석자들의 평가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김 부총리가 도착하기 1~2분 전 나와 그를 맞았다. 이 부회장은 김 부총리가 방명록에 ‘우리 경제발전의 초석 역할을 하며 앞으로 더 큰 발전 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적는 것을 지켜본 뒤 30여 분간 직접 반도체 제조 라인을 안내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진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이 부회장 등에게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동반성장 확산, 투명한 지배구조 및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에도 힘써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부근 부회장은 “반도체산업은 초격차를 유지해 나가겠다”며 “인공지능(AI), 5G 등에도 집중 투자하는 한편 바이오는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스마트팩토리 보급사업을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부회장 “기업 본분 잊지 않겠다”
이 부회장은 이어진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삼성만이 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 창출을 열심히 해서 일자리를 많이 늘리겠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그는 특히 “기업의 본분을 잊지 않고 젊은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김 부총리에게 “평택 외에도 우리 사업장이 많으니 앞으로도 자주 찾아와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 “어렵게 와주셨는데, 저희가 너무 불평, 불만만 늘어놓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톨스토이 단편집》과 자신이 쓴 《있는 자리 흩트리기》 등 책 두 권을 선물했다. 《톨스토이 단편집》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호암자전’에 언급된 책이라고 김 부총리는 전했다.
김일규/좌동욱/전예진/고재연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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