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에 견준 세금수입의 비율을 뜻하는 조세부담률이 역대 최초로 올해 20%를 돌파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세제개편에서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세 부담 인상에 따른 증세 효과가 나타나면서 세수 호황 기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16일 중장기 재정정책 방향을 주제로 첫 공개토론회를 열고 대국민 공개논의를 시작한다.
5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전망을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국세와 지방세 수입을 더한 총조세수입이 올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조세부담률은 20.28%에 달할 것으로 계산됐다.
올해 총조세수입은 전년 대비 5.5% 늘어난 3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287조1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세입예산안 기준 국세 수입전망치 268조1000억원에 초과세수 전망치 19조원을 합한 액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올해 초과세수가 최대 1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여기에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올해 세입예산안 기준 지방세 수입전망치 77조9000억원을 더하면 올해 총 조세수입은 365조원으로 나온다. 전년의 345조8000억원보다 5.5% 늘어난 규모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상 GDP는 1799조6144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경상 GDP 1천730조3985억원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담긴 정부의 올해 GDP 경상성장률 전망치(4.0%)를 반영한 결과다.
이렇게 추정한 올해 총조세수입을 경상 GDP로 나눈 뒤 100을 곱하면 조세부담률은 20.28%(365조원/1799조6144억원*100)로 산출된다.
조세부담률이 20%를 돌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세부담률은 1990년 16.6%에서 2007년 19.6%까지 올라갔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 영향으로 2010년에 17.9%까지 내려갔다.
이후 2016년 19.4%, 2017년 19.97%에 이어 올해 20%를 돌파하며 당분간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 호황이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초과세수 때문에 조세부담률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근로·자녀장려금 확대에 따른 세수감소 효과보다 초과세수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조세부담률이 20%를 돌파하면서 중장기 조세·재정지출 방향에 대한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조세부담률은 우리 모두의 생활 수준 및 재산권과 관련한 문제"라며 "복지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추구할 것이며 그에 따라 조세부담률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정보를 제시하고 국민에게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조세부담률 20%가 넘는 것은 국민적 합의 등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기재부는 오는 16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세재정연구원과 국가재정포럼을 열고 포용적 성장을 위한 재정정책 방향,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시민단체와 학계, 언론계 패널들과 함께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혁신성장과 재정의 역할, 저출산·고령화 대응과 재정지원 방안, 일자리에 대한 구조적 대응과 재정지원방향, 남북경협과 재정지원 방향 등도 토론 대상이다.
기재부는 이날 토론내용을 반영해 이달 말까지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마련,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장기 국가재정운용계획 관련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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