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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꼴찌' 티웨이항공 구원투수로 등판… 7년 자본잠식 털고 '이익률 1위 LCC'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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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탐구
정홍근 - 티웨이항공 사장의 '역발상 경영'

인천 대신 대구를 허브공항으로
日·동남아 노선 확대…이용객 두 배 늘어
'인건비 줄여야 이익 난다' 통념 깨고
대규모 채용으로 항공기 가동률 높여
기내식 20여가지로 늘리자 매출 효자로

직원들과 가치 공유 '사람중심 경영'
영업익 20% 성과급으로 파격 보상
승무원에 자유로운 헤어스타일 허용



[ 박상용 기자 ]
정홍근 티웨이항공 사장은 2015년 12월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당시 티웨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매출(2669억원·2015년 기준)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5곳 가운데 꼴찌였다. 게다가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LCC도 있었다. 업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사회는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일본지역 본부장(상무)이었던 그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대구에서 대박이 터지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 조직 구조부터 ‘5본부·3실’에서 ‘4본부·2실’ 체제로 단순화했다. LCC로는 드물게 일본·중국·대만·베트남 등에 해외 지역본부를 두고 대외 변수에 대비했다. 김포공항 화물청사에 있던 정비본부도 계류장과 가까운 항공지원센터로 옮겨 정비 효율성을 높였다.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신경썼다. 자신의 비서까지 현업 부서로 돌렸다.

정 사장의 진짜 ‘승부수’는 ‘대구’였다. 대구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삼아 노선을 확장한다는 전략이었다. 다른 항공사들이 인천 부산 제주 등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때 작지만 안정적인 수요가 있는 대구공항으로 눈을 돌렸다. 티웨이는 2014년 3월 대구~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대구공항에 첫발을 내디뎠다. 정 사장은 영업서비스본부장 시절부터 ‘대구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그가 사장에 오른 뒤에는 대구공항 노선을 더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국내선 1개, 국제선 12개(오사카·괌·타이베이·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 등) 등 총 13개 노선이 운항 중이다.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를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4년 153만여 명이었던 대구공항 승객은 지난해 356만여 명으로 3년 새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티웨이의 대구공항 노선 점유율은 국내선 31%, 국제선 57%에 달한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대형항공사(FSC)보다 인기가 많다. 티웨이는 지난해 매출 5840억원, 영업이익 470억원을 달성하며 업계 3위(매출 기준)로 올라섰다. 7년간 이어진 자본잠식도 완전히 해소했다. 지난 1분기엔 영업이익률 23%를 기록했다. 국내 항공업계 중 가장 높은 이익률이다. 경영 성과는 유가증권시장 상장(8월1일)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제주항공과 진에어에 이어 국내 LCC 가운데 세 번째다.

수익성의 원천은 ‘역발상’

대구~오사카~괌 노선은 티웨이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한다. 이 노선이 생긴 2015년 10월 이전까지 괌은 일본인에게 인기 여행지가 아니었다. 정 사장(당시 영업서비스본부 일본지역 본부장)은 과감하게 이 노선에 저가 항공기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여행객이 몰리는 곳에 항공기를 투입하는 ‘기존 성공 방정식’을 허문 것이다. 저렴한 가격의 항공편이 있다면 여행 수요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는 ‘역발상’을 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티웨이는 다른 LCC보다 앞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 일본 사가 등에 취항했다.

정 사장은 인력 운용에서도 역발상을 활용했다. ‘LCC는 인력을 최소화하고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채용 인원을 되레 늘렸다.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 정비사를 대규모로 뽑아 항공기 가동률(하루 중 항공기 운항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고정비용이 줄고 수익은 올라갔다. 직원 1600명인 티웨이항공은 올해에만 400여 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LCC는 기내식 서비스를 줄여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통념도 깼다. 정 사장은 기내식 종류를 불고기덮밥, 제육덮밥, 산채비빔밥 등 20가지로 늘렸다. 예약하면 ‘치맥(치킨+맥주)’과 ‘오떡김(오뎅+떡볶이+김말이)’도 맛볼 수 있다. 기내식을 다양하게 준비했더니 유료 기내식에 대한 승객의 거부감이 줄었다. 자연스레 판매량은 빠르게 증가했다. 이제 기내식은 티웨이의 효자 수입원이 됐다.

성과급 시스템 ‘하후상박’

정 사장은 항상 ‘사람 중심 경영’을 앞세워 임직원을 독려한다. 성과급 제도가 대표적이다. 티웨이는 영업이익의 20%를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주고 있다. 배정된 성과급의 절반은 사장부터 말단 사원까지 같은 금액을 지급한다. 나머지는 직급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티웨이 성과급 시스템은 ‘하후상박’으로 짜여 있다. 직급이 높을수록 월급 대비 성과급 비율이 낮게 책정된다. 사원은 월급여의 최대 350%, 대리급은 이보다 낮은 300%를 성과급으로 받는 식이다. 동종 업계 대비 최고 수준의 보상 시스템이다. 티웨이 임직원은 지난 2월에 이어 이달에도 성과급을 받는다.

유연한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데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정 사장은 임직원의 아이디어를 경영에 적극 반영한다. 직원들이 직접 제작한 일본 삿포로 노선 홍보 영상이 대표적이다. 이 영상은 유머러스한 콘셉트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 5월부터는 국적 항공사 최초로 객실 승무원의 두발 규제를 없앴다. 외모에 신경쓰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승객 안전에 더 집중하자는 취지다. 임직원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을 존중하는 정 사장의 철학도 여기에 녹아들었다.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든 7월부터는 공항 각 지점 직원들이 반팔 셔츠를 입고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3월8일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새벽 출퇴근이 잦은 여성 객실 승무원에게 호루라기를 지급했다. 승무원들의 체력 증진과 부상 방지를 위해 회사 인근의 스포츠센터와 제휴해 건강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정홍근 사장 프로필

△1958년 경남 의령 출생 △1981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86년 대한항공 입사 △2003년 대한항공 고객서비스센터 지원 그룹장 △2004년 대한항공 국내선 영업팀 팀장 △2006년 대한항공 나고야 지점 지점장 △2009년 진에어 경영지원부서장 △2013년 티웨이항공 영업서비스본부 본부장 △2015년 티웨이항공 영업서비스본부 일본지역 본부장 △2015년 티웨이항공 사장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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