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부진…더 큰 위기감
금융위기 직후 10개 지표 중
9개가 회복·상승 국면
지금은 9개 지표 둔화·하강
[ 김일규 기자 ] 국내 상당수 경기지표는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나빠졌다. 10년 전 위기는 밖에서 찾아왔지만 지금은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활황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위기감을 안겨다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4분기 -3.3%로 곤두박질쳤다. 이후 2009년 1분기 0.1%, 2분기 1.5%, 3분기 2.8%를 기록하며 회복세로 돌아섰다. 그러다가 작년 4분기 9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0.2%)을 기록했다. 올 1분기 1.0% 성장으로 돌아섰지만 2분기에 다시 0%대(0.7%)로 내려앉았다.
실업률은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빠졌다. 전체 실업률은 2008년 3.2%, 2009년 3.6%였지만 올 6월 기준으로는 3.7%까지 올랐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더 심각하다. 2008년 7.1%, 2009년 8.0%였던 청년 실업률은 올 6월 9.0%까지 치솟았다.
모든 지표가 나빠진 것은 아니다. 외환보유액은 늘었다. 2008년 6월 2581억달러 규모였던 외환보유액은 위기 대응에 따라 2009년 6월 2317억달러까지 줄었지만 이후 줄곧 늘어 올 6월엔 4003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외부 충격보다 내부적 요인으로 경기가 급강하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통계청 경기순환시계(상승→둔화→하강→회복)를 보면 2009년 5월엔 주요 10개 지표 중 취업자 수를 제외한 9개 지표가 회복 또는 상승국면에 있었다. 이와 반대로 올 5월 기준으로는 광공업생산을 제외한 9개 지표가 둔화 또는 하강국면에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줄곧 ‘경제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버티다 이달 들어서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불이 난 뒤 불을 끄려는 것은 어리석다”며 “경제정책은 사후적 처방보다 구조와 흐름을 분석해 사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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