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 발목 잡힌 한국과 대조
[ 양병훈 기자 ] 일본이 재생의료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활용한 파킨슨병 치료제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황반변성 치료제와 심장질환 치료제에 이어 세 번째다. 국내에서 생명윤리법에 발목 잡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정부는 다카하시 준 교토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 중인 파킨슨병 치료제의 임상시험 신청을 허가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30일 보도했다. iPS세포는 수정란이나 난자가 아닌, 다 자란 체세포가 줄기세포처럼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을 말한다. iPS세포를 활용해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하는 것은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임상 내용은 iPS세포로 뇌 신경세포를 만들어 파킨슨병 환자 뇌에 이식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조만간 대상자를 선정해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람의 뇌 속 신경세포는 운동을 조절하는 정보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만들어낸다. 파킨슨병은 이 신경세포가 줄어들어 생기는 병이다. 근육경직, 몸 떨림, 느린 동작 등이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이다.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질환 중 하나로 일본에서는 약 16만 명, 한국에서는 약 10만 명이 이 병을 앓고 있다. 환자에게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물치료를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 없다.
iPS세포로 만든 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한 임상시험은 일본에서 그동안 두 번 있었다. 2014년 황반변성 치료제, 지난해 중증 심장질환 치료제의 임상을 허가했다. 지난달 일본 정부는 iPS세포로 만든 근육세포를 중증 심부전 환자의 심장에 이식하겠다는 오사카대의 임상연구계획을 승인하기도 했다.
한국은 생명윤리법 규제 등으로 재생의료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우석 사태’ 등을 거치며 줄기세포 연구 동력이 떨어진 데다 배아줄기세포 등 규제 등에 발목 잡혀 있기 때문이다. iPS세포 관련 연구도 지지부진하다. 관련 특허는 일본이 약 40건이고 한국은 10건도 안 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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