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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크리켓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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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크리켓(cricket)은 야구처럼 배트로 공을 쳐서 점수를 겨루는 단체 경기다. 다른 점은 빨랫방망이같이 넓적한 배트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투수 격인 볼러는 일정 거리를 달려와 공을 던진다. 이때 팔꿈치가 완전히 펴진 상태여야만 정상 투구로 인정된다. 경기 시간도 길다. 하루 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국제 경기는 며칠 혹은 1주일씩 계속된다.

크리켓은 13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 150여 년 전에 출발한 야구보다 550년이나 역사가 길다. 양치기들이 양 몰이용 지팡이로 솔방울 같은 것을 친 데서 유래했다는 설(說)이 유력하다. 18세기에 영국의 국기(國技)가 됐고, 대영제국 시대를 거치면서 영국 식민지와 50여 개 영연방 국가로 확산됐다.

국제대회를 관장하는 크리켓평의회(ICC)에는 105개 회원국이 가입해 있다. 4년마다 크리켓 월드컵이 열리지만 종주국인 영국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고, 호주가 다섯 차례 우승했다. 호주에서 크리켓의 인기는 절대적이다. 뉴질랜드에서도 럭비 다음가는 인기 스포츠다.

인도는 두 번이나 크리켓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한때 지배자였던 영국을 격파한 기쁨이 더해져 13억 인구의 ‘애국 스포츠’가 됐다. LG와 현대자동차 등은 인도에 진출할 때 ‘크리켓 스타’들을 광고모델로 써 인지도를 높였다. 인도 크리켓리그의 스폰서 기업은 100개에 육박한다.

인도 옆의 파키스탄도 크리켓 월드컵 우승국이다. 전체 인구 2억여 명에 크리켓 선수가 아마추어를 포함, 2000만 명에 이른다. 앙숙 관계인 인도와 크리켓 경기를 벌일 때는 한·일전 이상으로 온 국민이 열광한다. 양국 정상이 크리켓 경기를 함께 관람하며 평화무드를 조성하는 ‘크리켓 외교’를 펼치기도 한다.

어제 파키스탄에서 왕년의 ‘크리켓 영웅’인 임란 칸이 새 총리로 선출됐다. 1992년 크리켓 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그는 국민적 인기를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해 2013년 제2야당 당수에 올랐고 이번에 여당과 제1야당을 누르고 승리했다.

파키스탄 경제가 어려운 만큼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많다. 대규모 재정적자로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낼 정도라고 한다. 중국 의존도도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그의 능력에 따라 파키스탄의 미래가 26년 전 월드컵 신화처럼 활짝 필지, 1주일짜리 크리켓 경기처럼 지루한 소모전에 시달릴지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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