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기무사 진실공방으로 번진 '계엄 문건 논란'
국회서 수뇌부간 책임 떠넘기기
이석구 "위중한 상황으로 보고"
송영무 "일반 보고만 받아" 반박
기무사 소강원 참모장 증언
"한민구 前 장관이 계엄 문건 지시"
[ 이미아 기자 ]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이석구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사령관이 박근혜 정부 당시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문건’ 보고를 두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 난타전을 벌이는 낯 뜨거운 사태가 벌어졌다. 4성 장군 출신 장관과 3성 장군 기무사령관, 영관급 장교가 진실 공방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군 안팎에서는 “상명하복을 근간으로 하는 군에서 어떻게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는 개탄이 쏟아졌다.
이날 진실 공방은 이 사령관의 계엄 문건 최초 보고를 둘러싸고 시작됐다. 그는 “3월16일 송 장관에게 (계엄 문건을) 위중한 상황으로 보고했으며, 장관도 위중한 상황으로 인지했다”고 말했다. 이 사령관은 보고 경위에 대해 “올 3월8일 군인권센터가 수도방위사령부의 위수령과 관련한 문건을 거론하면서 국방부가 수방사와 특전사를 포함해 면밀하게 조사하라고 했고, 부대원의 자진 신고가 있어서 파악해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기무사는 이날 계엄 문건 지시자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란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소강원 참모장(소장)은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지시라며 계엄 절차를 검토해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소 참모장은 “8장짜리 원본(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만들고 나서 조 사령관이 당시 한 장관께 보고할 때 궁금한 점이 있으면 참고할 수 있도록 67쪽짜리 자료(대비계획 세부자료)를 같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회의에는 자리를 비웠다가 오후에 참석한 송 장관은 “당시 이석구 사령관에게 ‘바쁘니까 (계엄 문건은) 놓고 가라’고 말했다”며 이 사령관의 진술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송 장관은 “5분 정도 지휘 관련 일반 보고를 받았다”며 “(계엄 문건은) 두꺼워서 다 볼 수 없으니 놓고 가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4월 남북한 정상회담, 6월 지방선거가 있어 수사는 필요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송 장관은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누가 거짓말을 하느냐”고 묻자 “난 평생 정직하게 살아왔다. 증인도 있다”고 답했다.
송 장관과 이 사령관의 공방은 이날 회의에 출석한 민병삼 100기무부대장(대령)이 가세하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민 대령은 “송 장관이 지난 7월9일 간담회에서 ‘위수령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민 대령은 “군인으로서 명예와 양심을 걸고 답변 드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무사 현역 대령이 국방부 장관 앞에서 하극상으로 비쳐질 수 있는 폭로를 한 것이다.
송 장관은 즉각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대장까지 지낸 국방부 장관이 거짓말을 하겠나”라고 반박했다. 또 “그때(7월9일)는 기무사의 계엄령이 더 중요한 것인데 내가 위수령을 이야기했겠나”라고 일축했다. 이날 출석한 정해일 국방부 군사보좌관(준장)도 송 장관을 거들었다. 그는 “지난 2월 수방사와 합동참모본부 등 군부대의 위수령 검토가 문제없지 않느냐고 이야기했고 4월9일 폐기 결재했다”며 “7월(9일)에는 위수령을 논의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 대령을 겨냥해 “지휘관 발언을 왜곡한 것은 굉장히 경악스럽다”고 비난했다.
군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있어서는 안 될 비극이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청한 군 관계자는 “북한의 핵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군내 조직 간 갈등이 얼마나 심한지, 군기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