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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당신의 케렌시아는 어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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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 서울교통공사 사장 taehokim@seoulmetro.co.kr >


요즘 누군가를 만날 때면 으레 휴가 계획에 대해 묻게 된다. 다른 이들의 여행 계획이 궁금해지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지고 설레기 때문이다.

여름휴가뿐만 아니라 치열한 일상에서도 쉼표는 필요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수면카페, 책맥카페는 다양한 생활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추스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투우장에서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홀로 잠시 숨을 고르는 자기만의 공간을 ‘케렌시아’라고 한다. 우리에게도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휴식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케렌시아가 필요하다.

필자는 종종 멍 때리기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멍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곧 나만의 케렌시아가 된다. 낭만주의 실내악 거장으로 꼽히는 요하네스 브람스의 케렌시아는 스위스 툰 호수였다. 그는 휴식을 위해 1886년부터 3년간 매년 여름을 스위스 툰 호수 근처 마을에서 지내며 많은 실내악곡을 완성했다. 아르키메데스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찾았던 목욕탕에서 불현듯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고는 ‘유레카’라고 외쳤다는 일화로 익히 알려져 있다. 독일에 있는 하이델베르크 산책길은 괴테, 헤겔, 하이데거 등 당대 유명한 철학자들의 케렌시아로 남아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케렌시아를 찾을 여유조차 없다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디지털 케렌시아’가 돼 준다. 스마트폰을 통해 음악이나 동영상을 감상하는 사람, 게임을 즐기는 사람, 전자책을 읽는 사람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달콤한 휴식 시간을 갖는다.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에 몰두한 채 나만의 케렌시아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면 그 소중함과 간절함을 짐작하게 된다.

지하철은 디지털 케렌시아로 떠나기 위한 최적의 장소다.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언제든지 떠났다가 돌아올 수 있으니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된다. 누구나 무료로 접속할 수 있는 와이파이는 매력적인 티켓이다. 내년부터 서울 지하철 1~9호선에 지금보다 100배 이상 빠른 속도의 무료 와이파이가 도입될 예정이다. 운행 중인 지하철에서 동시에 최대 550여 명이 끊김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일상에 지친 이들이 지하철을 출발역 삼아 더 자주, 더 편안하게 휴식과 위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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