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의 점진적 확대를 골자로 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을 17일 발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운용사에 위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게 나뉘었다.
최경일 국민연금재정과 과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일각에서 과도한 경영간섭 우려가 있는 만큼 주주권행사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연금의 주인인 국민 이익을 위해 주주활동에 책임성을 부여하는 원칙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국민연금은 의사결정의 실효성 및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 내용을 사전에 공시할 방침이다. 주주대표소송제도도 하반기부터 적용한다. 대한항공 사태처럼 기업 이사가 횡령 배임 등으로 기업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국민연금이 주주 대표로 손해배상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은 현재 9명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수탁자책임위원회(14명 이내)'로 확대 및 개편한다. 이를 주주권행사분과와 책임투자분과로 나눠 운영한다. 또 국민연금의 자산 45%를 운용하고 있는 위탁 자산운용사들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기로 했다.
◆운용사에 의결권 위임엔 '찬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 취지에 맞다는 의견을 냈다.
류영재 서스틴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시 증권사 1곳을 제외하고 모두 삼성측 논리를 서포트하는 보고서를 썼다"며 "위탁운용사 대부분이 재벌과 관련이 있는 만큼 이는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찬진 변호사도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는 것은 본질을 벗어난 만큼 이는 스튜어드십코드 위반"이라며 "심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고, 책임투자 가이드라인도 2장짜리로 돼 있는데 지침을 구체적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경종 한국투자신탁운용 컴플라이언스실장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4~5개에 반대 안건을 냈는데 외형적 성과는 있었다"며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찬성해야 하며, 총을 줬으면 총알도 같이 줘야 제대로 행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주제안 등 주주권 행사 적극적으로 나서야"
주주권 행사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제안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찬진 변호사는 "주주권 행사범위 관련해서 기금은 장기투자가 목적이고 경영참여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은 설계에서 명확하게 돼 있는 만큼 주주제안까지는 예외로 규정하거나 단기간에 공지해 도입할 수 있다"며 "주주제안도 2019년부터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융기관과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용건 연금행동집행위원회 위원장은 "과거 하나금융지주가 국민연금에 사외이사를 파견해달라고 했지만 당시 국민연금이 여건이 되지 않아 못했다"며 "금융기관에 채용비리 금리 문제가 발생한 만큼 금융기관과 KT나 포스코엔 경영참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상장기업은 개인과 달리 펀드를 통해 자금을 쉽게 모집할 수 있는데 스튜어드십코드는 여기에 대한 의무가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기업지배구조코드를 국민연금이 요구해야 스튜어드십코드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스튜어드십코드는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이 미래에 얼마나 커질 수 있는 지 미리 판단하고 이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이라며 "정치행위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본은 이를 막기 위해 4년간 토론을 거쳐 배당보단 자기자본이익률(ROE) 콘셉트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시행했을 때 점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운용기관들이 어떻게 하는 지 점검할 수 있는 일반 주주나 펀드 주주도 신뢰할 수 있는 독립된 기관을 두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방안은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가 확정할 예정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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