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사모펀드 맏형' 스틱인베스트먼트, 벤처캐피털 설립
'VC 야성' 회복 나서
성장단계별 선도 기업에 투자
바이오·헬스케어 등
특정 산업에 특화된 펀드 운용
[ 이지훈/유창재 기자 ] 국내 대표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회사의 모태인 벤처캐피털(VC) 부문을 분사해 독립시킨다. PEF 그늘에 가려 ‘야성’을 잃은 VC 부문에 다시 힘을 실어 ‘VC 명가’의 위상을 회복한다는 구상이다. 2023년까지 5개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현 VC 부문을 떼어 내 별도의 VC 운용사인 스틱벤처스를 16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스틱벤처스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운용 중인 스틱팬아시아테크놀로지펀드(1385억원), 스틱해외진출플랫폼펀드(800억원), 스틱4차산업혁명펀드(1083억원) 등 총 3268억원 규모의 벤처펀드 3개를 넘겨받는다.
스틱벤처스는 8명의 운용 인력과 5명의 지원 인력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다. 운용 인력은 기존 6명에 바이오 전문가 2명을 추가 영입했다. 대표는 곽대환 스틱인베스트먼트 공동대표가 겸임한다. 정근호 부대표와 박민식 부대표가 투자본부장을 맡는다. 신한은행과 신한생명 출신으로 스틱 창립 멤버인 정 부대표는 민앤지, 동운아나텍, 블루핀 등에 투자해 성과를 거뒀다. 박 부대표는 서울대 생명화학공학과 박사 출신으로 녹십자벤처투자, 삼성벤처투자 등을 거친 바이오기업 투자 전문가다. 제닉, 메디톡스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스틱은 1999년 4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벤처 펀드 조성에 성공하며 설립됐다.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 당시 벤처기업들에 무조건 뭉칫돈을 뿌린 다른 VC들과 달리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살아남았다.
지난 18년간 총 19개 벤처펀드를 운용했다. VC로 출발했지만 성장자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특수상황 펀드 등 사모펀드 영역으로 사세를 확장해 토종 사모펀드의 ‘맏형’으로 불린다. 현재 누적 펀드 운용 규모가 4조7000억원에 달한다.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지난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벤처 투자는 철저히 리스크를 통제해야 하는 사모주식(PE) 투자와 달리 때로는 통찰력과 감으로 속도감 있게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회사 내 PE 비중이 커지면서 함께 보수적으로 변한 VC 부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독립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도 회장은 또 “스틱의 풍부한 자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주요 VC들이 외면하는 창업 7년 미만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많이 발굴해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틱벤처스는 핵심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성장 단계별 선도 벤처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바이오·헬스케어 등 특정 산업 분야에 특화된 펀드를 운용해 전문성도 강화한다.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2028년까지 아시아 최고의 VC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지훈/유창재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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