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 가장 적극적
유언대용신탁 업계 선두
자산운용 능력 강점 발휘
고액자산가 확보 나서
[ 나수지 기자 ] 은행과 보험회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신탁시장에 증권사가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신탁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고액 자산가의 ‘금융 집사’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다. 증권사들은 자산을 보관하고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은행이나 보험사와 달리 자산을 관리하고 불릴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산운용 능력이 증권사 강점”
신탁 상품 가운데 증권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야는 유언대용신탁이다. 이 상품은 상속·증여 과정에서 나타나는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됐다. 생전에는 신탁에 재산을 맡겨 운용하거나 증여하고, 사후에는 신탁 가입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상속할 수 있다. 보통은 상속재산이 사후에 한꺼번에 넘어가지만 신탁을 활용하면 원하는 시점에 재산을 나눠 상속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 시장에 가장 먼저 자리잡은 곳은 은행과 보험사다. 이 가운데서도 KEB하나은행이 7년 이상의 업력을 토대로 100건 이상의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선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 신영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내놓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오영표 신영증권 신탁사업부 이사는 “자산 유지와 보관에만 집중하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자산을 운용하는 업무에 강점이 있다”며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이나 증여 전후로 오랜기간 자금을 보관하는 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장기성과를 내는 운용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사가 속속 신탁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고액 자산가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신탁은 고객별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에 맞춰 자산을 관리한다. 오 이사는 “신탁은 맞춤형 서비스를 원하는 고액 자산가의 요구를 채워줄 수 있는 도구”라며 “유언대용신탁은 고액 자산가 자산을 한 회사로 모을 수 있어 증권사 고객 자산 증대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선 신영증권이 ‘선두’
증권사 가운데 신탁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영증권이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1월 ‘패밀리 헤리티지 서비스’를 내놓으며 유언대용신탁 시장에 뛰어들었다. 서비스 출시 1년 반 만에 계약 건수 100건을 돌파하며 업계 선두를 노리고 있다. 고객 자산도 같은 기간 6배로 불었다.
신영증권은 2008년 신탁업 인가를 받은 후 신탁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투자하고 있다. 신탁사업에 진출한 증권사들은 통상 신탁부서 안에 변호사 세무사 등을 따로 두지 않고 필요할 때만 사내 인력에 요청해 업무를 처리한다. 신영증권은 이례적으로 신탁부서 인력을 대거 충원해 투자하고 있다. 신영증권 신탁사업부에는 변호사 2명, 세무사 1명, 부동산 전담 1명, 연금보험 전담 1명 등이 고객상담과 컨설팅 등을 맡고 있다. 신탁자산 운용은 별도 운용역이 담당한다.
다양한 인력 구성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상품도 속속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보험컨설팅 신탁’이다. 고객이 가입한 보험을 진단해 불필요한 보험은 해지하고 필요한 보험은 유지하도록 컨설팅해주는 상품이다. 해지한 보험은 신탁을 활용해 운용할 수도 있다. 직접 재산관리가 어려운 장애 자녀에게 원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상속할 수 있는 장애인신탁, 상품에서 나온 배당이나 이익을 자녀나 배우자에게 증여해 세금을 줄이는 이익증여신탁도 신영증권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상품들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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