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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기 유족, 전두환 자택앞서 기자회견 "김현희 행적 모두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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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유지 위해 구명정 하나만 내놓고 언론에 대서특필"



지난 1987년 대한항공 소속 항공편이 폭발하면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던 'KAL 858기 폭발 사건'의 유가족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사건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KAL858기 실종자 가족회와 사건 진상규명 대책본부는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짓은 영원히 덮을 수 없고,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9년간 적폐 정권하에서 김현희가 공중파 등 방송에 얼굴을 내미는 동안 우리의 처절한 호소는 묵살당했다.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냐. 왜 가족의 요구는 쇠귀에 경 읽기가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현희는 전두환 군사정부의 정권 연장을 위해 이용됐던 도구다. 안기부는 사건 발생 불과 사흘 뒤 '무지개 공작'을 기획하며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는데 당시 사고 현지에서는 테러 증거가 없었는데 전두환과 안기부는 어떻게 북에 의한 테러임을 알았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김현희의 진술 외에 정부 당국의 수사발표를 뒷받침할 물증이 도대체 무엇이냐. 폭발은 커녕 폭발물의 존재에 대한 물증도, 사고 지점의 확증도, 비행기 잔해도 어느 하나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족회 김호순 대표는 "전두환은 유해나 유품 하나 찾지 않고서 정권 유지를 위해 구명정 하나만 내놓고 언론에 대서특필시켰다. 안기부가 발표한 김현희의 행적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진상규명 대책본부 총괄팀장인 신성국 신부는 "(가족회) 어머님들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올해 안에 진상규명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KAL858기 사건의 주범은 전두환이고, 김현희는 기획된 공작을 실행에 옮긴 종범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신 신부는 "김현희를 고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를 반드시 법정에 세워서 사건 진상규명을 할 것이며, 회고록에 KAL858기에 대한 허위사실을 기재한 전두환도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전 전 대통령에게 질의서를 전달할 예정이었지만 집 안에 전 전 대통령이 없다는 경찰의 안내에 따라 자택 별관 대문에 질의서를 놓는 것으로 전달식을 마무리했다.

한편 KAL858기는 1987년 11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중 인도양 상공에서 사라졌다. 탑승객과 승무원 115명이 전원 실종됐으며, 당시 정부는 유해나 유품을 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국가안전기획부는 사건을 북한에 의한 공중폭파 테러사건으로 규정했고, 제13대 대통령 선거 전날이었던 12월 15일 김현희를 폭파범으로 지목하며 입국시켰다. 김현희는 1990년 사형 판결을 받았다가 같은 해 사면됐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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