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현 문화부 기자) 국내 가구 유형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1인 가구입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인 가구는 총 539만 가구로 전체의 27.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비중이 갈수록 커져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나홀로족’들의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습니다. 맞벌이 하는 가정에 비해 소득은 적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인 가구 임금노동자 중 월소득 200만원 미만인 사람의 비중은 40.2%였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단순노무나 서비스, 판매,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혼자 살면 돈 쓸 일도 많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씀씀이는 오히려 더 헤플 때가 많습니다. 자녀 교육비 등으로 나가는 고정비가 없지만 소비의 목적이 확실치 않고 장기 계획도 잘 안 세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1인 가구 경제법’을 다룬 책 두권이 나란히 출간돼 눈길을 끕니다. ?나 혼자 벌어서 산다?는 정은길 전 TBS교통방송 아나운서가 쓴 책입니다. 스물아홉살까지 혼자 힘으로 1억원을 모아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저자는 “경제적 독립은 행복한 싱글로 사는 기본 조건”이라며 “싱글도 체계적인 돈 관리 습관을 갖는다면 평생 먹고 사는 고민을 덜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제력이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능력이 아니라 부족한 수입이라도 돈을 관리하는 능력이라는 겁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돈 관리법이 현재의 돈에 대한 것이라면 평생 수입을 위한 일 찾기는 미래의 돈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든든한 현금 창출이 가능한 일자리 탐구에도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나 혼자 벌어서 산다'가 ‘노후 대비’까지 감안한 조언을 하고 있다면 고시원에서 서울 생활을 시작한 후 상경한지 14년 만에 아파트 마련에 성공한 저자의 '1인 가구 돈관리'(공아연 지음)는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주거비 낮추기, 생필품비 줄이기, 식비 절약하기 등 아끼는 방법으로 시작하지만 가성비를 따져 1인 가구의 집에 갖추면 좋을 물건들도 소개합니다.
예를 들면 기능성 베개, 공기 청정기, 건조기, 광파오븐 등입니다. 특히 건조기에 대해 저자는 “비싸지만 가장 잘 쓴 돈 중 하나”라며 “건조기 유용함은 세탁기와 맞먹을 정도”라고 합니다. 먼지 없이 빨리 말릴 수 있어 적은 옷과 수건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1석2조의 효과도 언급합니다. 소비습관 다잡는 법 중에서는 한 푼도 쓰지 않는 날 지정하기, 무조건 현금으로 생활하기, 예산 세우는 버릇 들이기, 소비 규칙 정하기 등이 있습니다. 규칙을 정한다는 것은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지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혼자하는 외식은 5000원 이하로 해결하고 친구와 만날 때는 1만원대, 생일이나 기념 축하 자리는 2~3만원을 쓴다는 식입니다. 1인 가구가 들어두면 좋은 보험이나 경제적 위기를 맞았을 때 대처 요령 등도 유용한 팁입니다.
두 저저가 공통적으로 경계하는 것은 무감각한 소비입니다. 1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생활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꼭 써야 하는 돈에 대해서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일을 그만두거나 소득이 끊기면 그 위험 부담은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합니다. 노후를 위한 준비가 더 철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절약 노하우뿐 아니라 책에 담은 가계부 적기나 통장 관리, 보험 고르기 등의 팁은 꼭 1인 가구가 아니라도 참고하고 실천해 볼 만한 합니다. (끝) /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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