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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뷰어] 빔프로젝터는 밤에만 본다?… 'LG시네빔' 대낮에 써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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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1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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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석 가리기, '블랙리뷰어'는 전자 제품 전문 리뷰입니다. 소비자 관점을 장착한 한국경제·한경닷컴 기자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솔직하게 평가합니다. 제 돈내고 사려는 제품의 제 값을 매기는 게 목표입니다. 전자 관련 소비재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지만, 때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에도 접근합니다.- 편집자 주>



    ★전지적 소비자 시점 한줄평: 결혼을 앞둔 친구 부부, 영화를 좋아하는 비혼 친구에게 ‘십시일반’으로 선물하고 싶은 제품.

    “빔 프로젝터는 밤에만 쓸 수 있는 거 아니야?”

    ‘블랙 리뷰어’ 후속 제품으로 빔 프로젝터를 써 보고 있다고 말하자 회사 선배가 별 생각 없이 한 말이다. ‘아차’ 싶었다. ‘극장처럼 빛 한 줌 새어나올 틈 없는 캄캄한 공간에서만 제대로 쓸 수 있다.’ 소비자들이 빔 프로젝터에 갖는 편견 중 하나였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빔 프로젝터는 TV의 대체품이 아니다. 굳이 필요는 없지만, 취미 생활을 좀 더 즐겁게 하기 위한 사치품에 가까울 것이다.

    암막 커튼을 구비하지 않는 이상 저녁 시간대에만 사용할 수 있는 사치품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는 않을 것 같았다. 햇볕이 내리쬐는 일요일 점심에 빔 프로젝터에 영화 한 편을 틀어놓고 여유를 부릴 수는 없을까. 이번 제품 리뷰는 ‘대낮에 빔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는’ 컨셉으로 준비하게 된 이유다.



    최신 제품 중 가장 프리미엄급으로 꼽히는 ‘LG 시네빔 레이저 4K’를 한 달간 사용해 봤다. 일단 검회색의 세련된 외관이 마음에 들었다.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흉물스럽게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 가로 165㎜, 세로 165㎜, 높이 470㎜로, 무게는 6.7㎏ 수준이다. 들어보니 무겁다. 다만 제품을 천장에 설치해야 하는 제품들과 비교하면 거실에서도, 방에서도 자유롭게 위치를 이동하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설명서가 없는 상태로 제품을 설치했는데, 코드를 꼽고 전원을 켜면 어떻게 사용하면 될지 직관적으로 ‘감’이 온다. 제품 윗부분 뚜껑을 열면 ‘각도 조절 거울’이 나오는데, 이 거울이 물건이다. 기존의 빔 프로젝터들이 수평을 맞추거나 각도를 조절하기 위해 제품 위치를 옮기거나 밑에다 두꺼운 책을 쌓는 등 제약이 많았다. 이 제품은 바닥에 놓은 후 거울의 각도만 조절하면 된다. 천장에 화면을 쏘는 것도 가능하다. 올해 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이런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제품의 기본 해상도는 4K UHD(3840X2160)이고, 최대 2500안시 루멘(프로젝터 투사 밝기 기준)에 달하는 영상 밝기를 선보인다고 홍보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800안시 루멘 이상이면 흐린 조명을 켜둔 채로 실내에서 영상을 볼 수 있고 △1000~2000 안시 루멘이면 실내에서 어느 정도 밝은 조명 아래 있어도 영상을 볼 수 있으며 △3000안시 루멘 이상이 되면 낮에도 편하게 영상을 볼 수 있다. 명암비는 15만 : 1로 굉장히 높다. 명암비는 화면의 가장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구분하는 능력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또렷한 화면을 볼 수 있어 움직임이 빠른 액션 영화나 게임, 스포츠 경기 등을 감상할 때 좋다.

    2500안시 루멘은 어느 정도일까. 햇살이 방으로 들어오는 일요일 오전 8시,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상영해 봤다. 풀HD(1920x1080) 해상도 영상이었다. TV 화질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영화의 아날로그 감성을 충분히 살릴만한 화질이었다. 배우들의 감정을 담은 생생한 표정은 물론 흐드러지게 핀 꽃이나 온 세상이 노랗게 변한 가을 논밭의 풍경도 제대로 담아낸다. 다만 여름 밤 달빛이 비치는 강가, 소나기가 내리는 밤 평상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 등 어두운 화면은 사람과 배경의 경계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저녁에는 지상파 TV를 시청해 보기로 했다. 부채처럼 생긴 DTV 안테나를 창문에 붙이고 선을 연결하니 바로 지상파 방송들의 신호가 잡혔다. 화질은 대형 TV를 보는 듯 선명했다. 하지만 신호를 제대로 잡지 못해서인지 중간 중간 끊김 현상이 발생했다. 빔 프로젝터의 고질적인 문제인 발열 및 소음도 문제였다. 제품을 계속 켜 놓다 보니 방 안에서 열감이 느껴졌다. 좁은 방에서 사용하기보다는 원룸이나 거실에서 사용하는 게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은 영화, 드라마,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최적의 취미 생활을 선물할만한 제품이다. 늘 그렇듯 좋은 제품은 가격이 비싸다. 이 제품의 가격은 349만원에 달한다. 경쟁사인 벤큐가 영화,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를 위해 출시한 4K UHD 프로젝터 W1700의 가격은 199만원, 스포츠 마니아를 위해 출시한 TK800의 가격은 165만원이다. TK800 제품은 3000안시 루멘으로 투사 밝기는 더 높고, 명암비는 1만 : 1로 더 낮다. 생김새는 회의실 천장에 달려 있는 빔 프로젝터를 생각하면 된다. 벤큐, LG 제품 모두 화면 전반의 명암비와 표현 능력을 향상시켜 생생하고 실감나는 영상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HDR10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벤큐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지 않아 화질 등에 대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다만 제품 디자인과 사용 편의성 측면에선 LG 시네빔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LG전자의 웹OS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푹(PooQ), 티빙(Tving) 등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동영상도 시청이 가능하다. 향후에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곧바로 시청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결혼 후 유학을 떠나는 친구 부부가 떠올랐다. 현지에서 TV를 시청하고 영화관에 가는 일보다 한국 콘텐츠를 볼 일이 훨씬 더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신혼 선물을 할 땐 “내 돈 주고 사기는 아깝지만 남들이 사주면 좋은 제품”을 고르곤 한다. 가격대는 비싸지만,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커피 머신 대신 빔 프로젝터를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외로운 순간에 영화 한 편으로 위로받기를 바라며.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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