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회식 줄어들며 직장인 자기계발 열풍…퇴근 후 문화센터行
신세계百, 올들어 2030 비중 두 배로…강좌 관련용품 판매 급증
[ 안재광 기자 ]
충남 천안 갤러리아백화점 센터시티는 이달 초 문화센터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천안에 있는 기업 또는 단체에서 8명 이상 사람을 모아오면 원하는 강좌를 열어주기로 한 것. 와인, 홈베이커리, 이탈리아 요리 등을 주제로 한 강좌들이 이런 방식으로 개설돼 인기를 끌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주부 위주였던 백화점 문화센터에 최근 직장인이 많아져 이들이 원하는 맞춤형 강좌를 열게 됐다”며 “20~30대 젊은 직장인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야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세계 2030 비중 8%→20% 껑충
백화점 문화센터가 변하고 있다. 주된 고객인 중장년 여성은 줄고 20~30대 젊은 직장인은 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 확산이 영향을 미쳤다.
신세계백화점이 올 들어 5월까지 문화센터 강좌 등록자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20~30대가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 수준이던 20~30대 비중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현대백화점에선 올 여름학기(6~8월) 강좌를 신청한 사람 중 20~30대 비중이 25.7%에 달했다. 작년 여름학기(13.1%)의 두 배 수준이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는 올 들어 20~30대 수강생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아이를 동반한 ‘엄마 고객’을 제외하면 증가 폭은 더 크다. 지난 봄학기 시작한 ‘워라밸 테마 강좌’는 수강생이 작년보다 37% 증가했다.
젊은 직장인의 백화점 문화센터 이용 증가는 근로시간 단축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야근과 회식을 줄이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데다 주 52시간 근무 시행을 앞당겨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 일찍 퇴근하는 직장인이 문화센터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오피스 빌딩이 몰려 있는 핵심 상권에 자리잡은 백화점은 접근성이 좋다”며 “여기에다 식당 극장 등 부대시설도 갖춰져 있어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 문화센터를 찾아오는 직장인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원데이특강·자격증 강좌 등 개설
백화점도 젊은 직장인이 문화센터를 찾아오는 게 반갑다. 온라인 구매와 해외 직구에 익숙한 젊은 고객을 백화점으로 끌어오는 게 큰 ‘숙제’였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 여파로 이들이 제 발로 찾아오자 ‘충성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강좌를 속속 열고 있다.
대전에 있는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는 저녁 시간에 딱 한 번 하는 ‘원데이 특강’을 신설했다. 정기적으로 오기 힘든 직장인을 겨냥해 ‘소도구 필라테스’ ‘하루 셀프 교정 운동’ ‘아쉬탕가 요가’ ‘인테리어 소품 만들기’ 등의 강좌를 열었다.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에선 미술 심리상담사 자격증, 리본 공예 자격증, 국제 플로리스트 자격증 등의 강좌가 개설됐다. 퇴근 직후 자기계발을 하는 직장인 수요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여름학기 최고의 인기 강좌 대부분이 직장인 프로그램이다. 서핑 전문강사가 중심 잡기부터 근육 강화 동작까지 알려주는 ‘서핑 트레이닝’ ‘다이어터 최희정, 먹으면서 빼는 다이어트 레시피’, 집에서도 간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스미혼트의 바디라인 트레이닝’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백화점은 올 봄학기부터 퇴근 직후 수강할 수 있는 강좌 수를 작년 대비 10% 이상 늘렸다. 프로그램도 홈트레이닝, 뷰티, 쿠킹, 공예 등 직장인이 선호하는 분야로 채웠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선 올여름 시즌 ‘워라밸’이란 강좌를 선보였다. 기존 운동 위주의 저녁 강좌를 줄이고 재테크, 메이크업, 꽃꽂이 등으로 채웠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잘 찍는 법’ ‘집에서 맥주 만들어 마시는 법’ 등의 강좌는 수강 신청 하루 만에 마감됐다.
문화센터 관련 용품도 판매 급증
문화센터 회원은 백화점 매출에도 기여한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문화센터 회원의 구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이 전년보다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 중 구매고객 수도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 증가율(4.6%)을 크게 웃돌았다. 또 문화센터 회원은 월평균 8회가량 백화점을 찾아 1.2회에 불과한 일반 고객을 크게 앞섰다. 백화점이 문화센터 강좌 회원을 늘리려고 하는 이유다.
롯데백화점에선 문화센터 수강생의 구매실적이 일반 고객의 세 배에 달한다. 수강생 1명당 작년 평균 구매 금액은 363만원으로, 일반 고객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현대백화점의 문화센터 회원은 하루평균 백화점 방문 시간이 6.4시간으로 일반 고객(2.2시간)보다 세 배 정도 많았다.
문화센터에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관련 용품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한 달간 공예, 미술 관련 용품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767% 급증했다. 목공예는 백화점 문화센터 인기 강좌 중 하나다. 판화 용품 판매도 네 배 가까이 뛰었다. 유화세트(233%), 파스텔(220%) 등도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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