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BSH 본사 빌딩 1290억에 매입
美 화력발전소 건설에 2140억 투자
출범 후 대체자산에 2兆 이상 투입
"금리인상기…선진국 우량자산 집중"
[ 나수지 기자 ]
올초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가 취임하면서 내놓은 ‘일성’은 해외 투자 역량 강화였다. 앞으로 국내에서 투자 수요가 늘 수밖에 없는 분야라는 이유에서다. 해외 자산 가운데서도 관심을 갖는 분야는 대체투자다.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자산보다는 부동산, 인프라 같은 대체자산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체투자를 늘리려는 운용업계 경쟁이 치열하지만 키움운용은 업계 평균보다 빠르게 덩치를 불리고 있다.대체투자 규모 업계 5위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우리자산운용과 합병한 직후인 2014년 12월 이 회사의 대체투자 규모는 2조4838억원이었다. 3년 반가량이 지난 지난달 말 기준 이 수치는 4조5984억원까지 늘었다. 부동산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합병 당시 투자 규모가 8723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말 기준 2조2931억원으로 177% 성장했다.
업계 내 위상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6년 말 기준 키움운용의 부동산 투자 규모는 업계 13위였는데 올 들어선 이지스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SRA자산운용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에 이어 5위로 자리매김했다. 이지스자산운용 등 부동산 전업 운용사를 제외한 종합 운용사 가운데선 2위다.
키움운용은 여러 대체자산 가운데서도 해외 투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키움운용의 부동산 투자자산은 2조2931억원인데 이 가운데 대부분인 2조986억원이 해외 부동산 자산이다. 해외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등의 의존을 줄이고 자체 운용 역량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조직도 이에 걸맞게 바꿨다. 지난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주력하는 팀을 신설해 부동산 투자 3개 팀과 관리팀 1개로 확대 개편한 게 대표적이다.
“부동산·인프라 투자 확대”
주요 선진국 도시의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면서 굵직한 딜(거래)도 여럿 성사시켰다. 합병 이후 1000억원 이상의 해외 대체투자 딜만 6건에 달한다. 2016년에는 독일 본에 있는 도이체텔레콤오피스빌딩 매입에 약 1072억원을 투자해 국내 기관들에 재투자(셀다운) 기회를 제공했다. 같은 해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메리어트호텔에 선순위대출 약 1094억원, 미국 댈러스의 KPMG 오피스빌딩 매입에 약 1015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말 뉴욕 맨해튼 오피스에 약 6400억원을 투자했다. NH금융그룹과 손잡고 주요 보험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가 참여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딜이다. 같은 해 독일 프리미엄 생활가전 업체 BSH 본사 빌딩(사진)을 매입하는데 1290억원을 투자했고, 뉴욕에 전력 공급을 위해 건설할 예정인 최신 가스화력발전소에 약 214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기관투자가들이 키움운용의 대체투자 역량에 신뢰를 보낸 결과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대체투자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며 “기관들이 대규모 투자에 선뜻 나선 건 그간 키움운용이 다양한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경험을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대체투자 경험이 쌓이면서 해외에서도 ‘큰손’으로 떠오르는 등 위상을 쌓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키움운용은 앞으로도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를 중심으로 투자를 늘리겠다는 각오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려는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대체투자 수요가 많다”며 “앞으로도 투자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은 불균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투자 대상을 소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오르면 실물자산 투자 우려도 커지는 만큼 선진국 우량자산 투자에 집중할 예정이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실물자산 인수와 대출채권 투자를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업계 상위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진국 우량자산을 골라 투자해 안정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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