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신임 리서치센터장
[ 마지혜 기자 ] “미국의 금리 인상 초기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경기에 자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상 속도가 더뎌질 때쯤엔 주의해야 합니다. 올 4분기부터는 경기 방어주를 중심으로 시장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길 권합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신임 리서치센터장(사진)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조언했다. 자동차업종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린 그는 지난 15일 하이투자증권 인사에서 리서치센터장으로 새로 선임됐다.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전략 부문에서 주로 승진한다는 관념을 허문 인사여서 증권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고 센터장은 “환율 등 경기 동향에 민감한 자동차업종을 오래 맡으면서 경제와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며 “업종별 애널리스트들의 전문성을 살려주는 젊은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이투자증권에는 한 업종을 오래 보면서 전문성을 키운 연구원들이 많다”며 “작지만 단단한 리서치센터라는 위상을 더욱 굳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증시 조정과 관련해 “반도체 수요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주들이 잘 버텨왔지만 앞으로의 실적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 예상보다 빨리 장세가 어두워질 수 있다”며 “위험 신호가 보이면 음식료나 바이오·제약 등 거시 변수에 큰 영향받지 않고 경기 방어성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업종에 대해선 “완성차 회사들이 올 하반기에 5년여 만의 신차를 잇따라 출시한다”며 “자동차 회사 주가가 ‘잃어버린 5년’을 떨치고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유행에 뒤떨어진 제품군과 떨어지는 상품성 등 그간 자동차산업의 발목을 잡았던 원인들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차 판매가 회복되면 낮아진 공장 가동률이 정상화하고 수익성이 개선되는 선순환이 시작될 것”이라며 “현대차를 최우선 선호 종목으로 제시하고 점차 기아차와 부품사들로 시선을 넓히길 권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대외환경이 녹록지 않음은 우려했다. 그는 “엔화에 비해 원화가 강세를 띠면서 수출 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내세워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점도 복병”이라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1999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대우그룹 위기로 휘청이던 대우자동차의 향방을 다룬 보고서를 내 일약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크레덴스에셋주식운용,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그룹장을 거쳐 2011년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합류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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