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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은 미래 실험실"… 교과서 대신 스스로 짠 커리큘럼으로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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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포럼 2018
4차 산업혁명에 눈감은 한국 교육

창의 인재 키우는 실리콘밸리 '알트스쿨' 가보니

"모범생보다 괴짜가 돼라"
개인 능력에 맞춰 프로젝트 수업
정답 아닌 '나만의 답' 찾는 교육

기업이 '교육시스템 혁신' 주도
IBM, 뉴욕대와 6년제 'P테크'
저소득층 이공계 인재 육성 주력
MS는 348개교에 IT기술 지원
실무능력 갖춘 인재 빠르게 영입



[ 송형석 기자 ]
올해 열두 살인 어네스토의 관심사는 요리다. 담임교사와 함께 20달러짜리 케이크를 판매하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음식과 관련된 과학지식을 쌓고 있다. 최근엔 높은 온도에서 파스타를 건조하면 맛이 없어진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 과정과 이탈리아 파스타 장인의 인터뷰 등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구글링 교육’에서 벗어나라

2013년 설립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대안학교 알트스쿨(alt school)에선 어네스토와 같은 괴짜들이 우등생 대접을 받는다. 수학이나 철자법 성적보다 지식을 창의적인 결과물로 연결하는 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알트스쿨은 특별한 교육 과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교사가 다양한 질문을 던져 학생의 동기를 이끌어내고 프로젝트 수업과 실험 등을 통해 함께 답을 찾아나간다. 필요한 사전 지식은 책과 인터넷 등을 통해 알아서 공부하는 게 원칙이다.

이 학교의 설립자는 구글 임원 출신인 맥스 벤틸라. 그는 과학·기술·공학·수학을 통합적으로 가르치는 스템(STEM) 교육을 강조하는 데서 한 발 나아가 학생들이 스스로 커리큘럼을 짜는 실험실 같은 학교를 구상했다. ‘구글링’으로 쉽게 답을 찾아낼 수 있는 지식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기존의 교육 시스템으론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벤틸라의 교육 철학은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알트스쿨은 벤처캐피털 펀딩을 통해 1억7500만달러(약 1934억원)를 끌어모았다.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든 학교법인으론 보기 드문 일이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의 부인인 로린 파월 잡스와 같은 ‘큰손’도 알트스쿨에 투자했다. 알트스쿨과 비슷한 개인 맞춤형 커리큘럼 플랫폼도 늘어나는 추세다.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 11개 공립학교에서 활용 중인 ‘서밋퍼블릭 스쿨’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교사를 충원하고 수업 시수를 늘리는 데 급급했던 스템 교육 캠페인이 개인 맞춤형 커리큘럼의 등장을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얼마나 많이 가르치느냐’보다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중요하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수학과 과학을 교과서 밖으로

주요 기업이 교육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다는 점도 미국 스템 캠페인의 특징 중 하나다. 학교에서 배운 수학과 과학 지식이 기업 실무에 어떻게 접목되는지를 알려주려는 의도다. 기업으로서도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입도선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뉴욕 브루클린의 명물인 P테크(Pathways in Technology Early College High School)는 교육당국과 뉴욕시립대, IBM의 합작품이다. 고등학교와 대학 과정을 합해 6년의 교육을 받으면 2년제 대학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이 학교는 저소득층이 실리콘밸리에 입성할 수 있는 교두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재학생 중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가 차지하는 비중이 96%에 달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선 학교에 컴퓨터 과학 전문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TEALS(Technology, Education and Literacy in Schools)를 운영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으로부터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거나 직접 기술자를 파견한다. 이미 미국 내 348개 공립학교에서 1만2000명이 TEALS를 거쳤다. 시애틀에 있는 레이즈벡항공고교(Raisbeck Aviation High School)도 주목할 만한 사례다. 보잉사를 비롯한 항공회사들이 협력해 학생들에게 공학과 로봇 관련 지식을 가르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송형석 특파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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