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하한선 미리 정해두고 방문객 부풀리기
주먹구구식 집계·언론은 동조…"시장 왜곡 가능성"
“모델하우스에 수만 명이 다녀갔다는 말은 대부분 거짓말입니다.”
17일 만난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분양업계의 모델하우스 방문객 숫자 부풀리기 관행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실제 집계한 수치보다 높여서 발표하거나 아예 제대로 집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그의 폭로다. 분양대행사가 홍보를 위해 어림짐작한 수치를 언론조차 그대로 인용해 보도하다 보니 수요자들이 여기에 현혹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소 50% 부풀려
분양 전문가들에 따르면 하루 최대 모델하우스 방문객 숫자는 1만~1만2000명가량이다. 경기 수원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 등 온종일 입장을 위한 대기 줄이 형성된 모델하우스가 이 정도다. 금~일요일 3일 기준으로 3만~3만6000명 정도가 최대 방문객이다. 수용할 수 있는 내부 공간과 모델하우스 운영시간이 제한적이어서다. 한 대형 건설사 마케팅팀장은 “손님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는 사업장은 모델하우스를 가능한 한 크게 짓는다”며 “가장 크게 지은 모델하우스의 하루 최대 내방객이 1만~1만2000명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건설사들은 3일간 내방객 숫자를 대부분 2만5000~4만명이라고 기계적으로 발표한다. 실제 이 정도로 내방객이 몰리는 모델하우스는 10~20%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만명도 방문하지 않는 모델하우스도 수두룩하다. 최근 서울에서 한 아파트 분양을 담당했던 업계 관계자는 “하루 동안 1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건 서울에서도 드문 일”이라면서 “올 초 로또 얘기가 나왔던 ‘디에이치자이개포’ 방문객도 사흘 동안 4만명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보통 모델하우스 내방객 숫자를 실제보다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100%까지 부풀려 발표한다”고 귀띔했다.
모델하우스 규모에 비춰보면 산술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보통 2개 층 연면적 1500㎡ 규모다. 사무실과 부대시설 등의 면적을 빼면 실제 관람 가능한 공간은 더욱 줄어든다. 1㎡당 한 명씩 빼곡하게 들어섰을 때 1500명이 정원이다. 이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모여 한 시간씩 관람한다면 시간당 15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셈이다. 모델하우스 운영 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시간이다. 산술적으로 하루 최대 1만2000명이 입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사람이 관람하는 모델하우스는 흔치 않다. 참고로 퇴근 시간 지하철 2·3호선 환승역 교대역을 지나는 객차의 승차 인원이 1㎡당 2.5명꼴이다.
◆“3000명 오면 5000명으로 보고”
부정확한 방문객 수가 통용되는 데는 분양업계의 집계 방식에 1차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선 계수기를 통해 정확한 방문객 수를 헤아리기보단 주먹구구식 셈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티슈나 카탈로그 등 증정품의 잔여수량을 따져 방문객 숫자를 세는 방법이 널리 쓰이는 편”이라면서 “간단한 방법이지만 중복 수령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집계라기보단 어림짐작에 가깝다”고 말했다.
홍보를 위한 부풀리기 관행도 여전하다. 방문객이 많을수록 해당 단지가 흥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반나절 동안 3000명쯤 왔으면 발표는 5000명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모델하우스의 방문객 발표 수치가 5000명 또는 1만명 단위인 이유이기도 하다. 건설사나 분양대행사 입맛대로 수치를 ‘뻥튀기’ 하다 보니 믿기 힘든 숫자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해 강원도 A아파트 분양 때는 방문객수가 3일간 3만명이라고 발표됐는데 이 도시는 인구가 8만명에 불과하다. 연인원으로 인구의 40% 가까이가 모델하우스에 다녀갔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건설사들은 모델하우스 방문객을 최소 2만명 이상이라고 발표한다. 악천후가 겹쳐 모델하우스에 파리만 날리더라도 방문객은 2만명으로 발표한다는 의미다. 그 미만의 숫자로는 발표하지 않는다. B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지역별로 나름의 하한선이라고 할 만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설령 실제론 미달한다 하더라도 대외적으론 부풀린다”면서 “분양대행사들도 실적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줄여서 발표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한 언론사 간부는 “기사에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숫자 부풀리기가 정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막을 알면서 편의 또는 화제성을 위해 눈 감고 보도하는 일부 언론들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말로는 10만 명도 우습게 만들 수 있다”면서 “언론이 여기 편승하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망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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