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펀드' 매니저에게 듣는다 (4) 북미 주식형펀드
'AB 미국 그로스' 펀드
1년 수익률 20%…북미주식형 1위
미국의 대표 기술株 'FAANG'
사업별·종목별로 수익성 따져야
건설·車·소비재 업종 둔화 불가피
美정부 정책 드라이브 기대해 볼만
[ 마지혜 기자 ]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팡(FAANG)’을 하나의 자산군으로 묶어 보지 마십시오. 각 기업의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를 판단 잣대로 삼으십시오.”
프랭크 카루소 얼라이언스번스틴 미국 성장주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지난 14일 서울 태평로1가 AB자산운용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미국 주식 투자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카루소 CIO는 미국 대형 성장주에 주로 투자하는 ‘AB SICAV I-아메리칸 성장형 포트폴리오’ 펀드를 운용한다. 이 펀드에 재투자하는 ‘AB 미국 그로스(주식-재간접형)’ 펀드에는 15일 기준 국내 공모형 북미 주식형펀드 중 최대 규모인 3449억원이 설정돼 있다. 이 펀드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20.24%(A형 기준)로, 설정액 100억원 이상의 북미 주식형펀드 중 1위다.
◆“이익 규모보다 수익성 지표 봐야”
카루소 CIO가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첫 번째 기준은 총자산이익률(ROA:순이익/자산총액)이다. 총자산 중 부채를 뺀 자기자본의 운용 성과를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과 달리 ROA는 기업이 부채를 포함한 전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느냐를 나타낸다. 그는 “영업이익만으로는 기업이 자금관리를 잘하는지,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ROA는 기업의 사업이 건실한지와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 기술주 5종목인 ‘팡(FAANG)’에 대한 카루소 CIO의 판단은 종목별로 엇갈렸다. 아마존에 대해서는 “매출 증가율은 탁월하지만 수익성은 특별할 것 없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아마존의 지난 12개월 ROA는 3.64%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8.8%)이나 페이스북(22.6%)보다 훨씬 낮다. 카루소 CIO는 “아마존은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수익성이 높지 않은 사업이 대부분”이라며 “유기농식품 유통업체 홀푸드마켓을 지난해 137억달러(약 15조5000억원)에 사들인 것이 대표적 예”라고 했다.
알파벳과 페이스북에 대해선 “수익성이 높으면서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알파벳은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고 인공지능(AI) 관련 엔지니어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큰 이익 창출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가 운용하는 ‘AB SICAV I-아메리칸 성장형 포트폴리오’ 펀드는 지난 4월 말 기준 순자산의 8.31%를 알파벳에, 7.69%를 페이스북에 투자하고 있다.
◆“감세로 투자 확대… 美 경제 활성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미국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그는 “그동안 저금리로 이득을 본 건설, 자동차, 소비내구재 등의 업종은 둔화가 불가피하다”면서도 “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상쇄하는 정책 드라이브가 강하기 때문에 증시 전체에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말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고 설비투자비 전액을 과세 대상 소득에서 공제하는 세제 개편을 했다. 카루소 CIO는 “S&P500 기업들의 지난 1분기 자본적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하는 등 공장 건설과 설비 투자 등이 크게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고용과 임금이 늘고 소비 지출이 확대되면서 경제 전반이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주목하는 업종은 헬스케어와 필수소비재다. 헬스케어 업종에선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고 환자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줄여주는 혁신 기업 발굴에 주력한다고 했다. 인공판막업체 에드워드라이프사이언스에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흉부에 큰 외상을 남기지 않고 수술하면서 비용을 다른 방식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기술을 가진 회사다. 지난해 초만 해도 주당 90달러 선에서 거래된 이 종목은 최근 150달러 선으로 50% 넘게 상승해 펀드에 큰 수익을 안겼다. 카루소 CIO는 “실업률 하락과 임금 상승 등으로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필수소비재 관련 업종도 중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선호 종목으로는 코스트코를 꼽았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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