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실험 1년
한수원의 무리수
"원가·판매가 차이 2배
돌릴수록 손실 커진다"
전문가 "수익성 평가 오류"
[ 조재길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원인으로 지목한 ‘경제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던 발전소가 하루아침에 ‘적자 내는 하마’로 둔갑해서다. 한수원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1982년 가동하기 시작한 월성1호기를 36년 만에 조기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선진국에선 안전보강 등을 거쳐 60년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수원은 2009년에도 월성1호기의 경제성을 검토한 적이 있다. 2012년 운영허가 1차 만료를 앞두고서다. 당시엔 “경제성이 높기 때문에 월성1호기를 계속 운전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
이와 관련,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태가 터진 뒤 안전성을 보강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추가됐다”며 “(월성1호기의) 발전 원가가 ㎾h당 120원인데 판매단가가 60원에 그치는 것으로 계산됐다”고 설명했다. 원가와 판매가 차이가 두 배가량에 달해 원전을 돌릴수록 손실이 커진다는 논리다.
한수원이 월성1호기의 경제성을 따진 기간은 2015년 1월부터 3년간이다. 하지만 작년 5월부터 ‘정비·보수’ 명목으로 원전을 계속 세워놓은 뒤 “가동중단 기간 전력을 생산하지 못해 비용만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수원은 2009년 1호기 이용률을 85%로 봤지만 이번엔 평균 57.7%로 확 낮춰 계산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57%대 이용률은 매우 비정상적인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전력 판매단가가 ㎾h당 50원을 밑돌 때도 원전의 경제성은 충분했다”며 “한수원이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의 사외이사 중 한 명은 이런 이유로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끝까지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영향을 지나치게 낮춰 평가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 사장은 “월성1호기는 전력 생산량이 미미해 국가 전체의 수급계획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월성1호기의 설비용량은 67만9000㎾로, 연간 약 51억㎾h의 전력을 생산해왔다. 대구시 전체 인구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의 35%에 해당한다.
월성1호기의 경제성 분석 보고서 공개 여부에 대해 전휘수 한수원 발전부사장은 “발전원가 등 자세한 자료는 영업기밀에 속하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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